[달려야산다] 시작은 하프다 11

풀코스 준비

by 악필

9월이 되었다. 2025년 JTBC 마라톤 대회일은 11월 2일. 온전히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딱 두 달이 남았다. 8월에 허리가 회복되는 걸 느끼며 마라톤 준비에 전념할 것을 다짐했다. 유튜브와 각종 SNS 여기저기를 뒤지며, 풀코스 준비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해오던 대로 설렁설렁하다가는 30킬로대에서 쥐가 나서 걷게 되거나 완주를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연습이 많을수록 실전은 편할 것이다.

우선, 나는 마일리지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년도에 도전해 보다 말았던 하루 평균 10킬로 달리기를 확실히 완수해 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일단 아침에 루틴으로 정착을 시켜야 한다. 일단 한 달을 해 보기로 했다.


9월 1일부터 시작하려 했더니만 마침 아침부터 비가 왔다. 일단 비는 피할까 하다 그냥 뛰기로 했다. 첫날부터 거른다는 것은 실천 동력에 상당한 스크래치가 될 것 같았고, 비가 와서 거른다면 언제든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9월에 제대로 목표한 바를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안양천은 비가 오면 위험할 수도 있고 도로상태가 안 좋을 수 있으니 가까운 운동장에서 우산을 들고 트랙을 돌기로 했다. 그러다 빗줄기가 줄어들어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달렸다. 결국 10킬로미터를 채웠다. 첫날 비를 맞고 목표를 완수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날은 비가 안 와서 당연히 안양천으로 나갔다. 언젠가는 안양천을 달리는데 폭우가 와서 온몸이 젖은 상태로 14킬로를 채운 적도 있다.


그런 식으로 일주일을 달렸다. 그다음부터는 피로감이 밀려왔다. 아침에 피로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오후에 뛰었다. 이틀을 더해 9일 연속 뛰고 나니 절대적으로 휴식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하루를 쉬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다시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니 한결 나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 달리려면 휴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루틴을 만들어 갔다.


술 먹은 다음날도 달렸다. 직장인으로서 하루 평균 10킬로를 뛴다는 게 만만치가 않다. 음주 후 간 건강을 고려해서 꼭 쉬었던 작년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미친 척하고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면 6-7킬로미터라도 뛰었다. 의외로 술도 잘 깨고 해장에도 도움이 되었다. 음주 다음날 러닝까지 해결이 되니 더욱 강력한 루틴이 되었다.


아무래도 매일 10킬로 이상을 뛰어야 하다 보니 속도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LSD. 풀코스를 뛰어야 하므로 오래 뛰는 데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대체로 6분 페이스였다. 가민 시계에서 보여주는 Vo2 max나 젖산역치는 자꾸 후퇴를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몸이 42.195킬로미터를 버티게 하는 게 중요했으므로.

일주일에 하루 휴식을 취하기로 했으니 그 빈자리를 주말에 거리를 늘려 채워야 했다. 최소 15킬로 이상은 주말에 뛰려고 했고 30킬로 넘는 거리도 도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 평균 10킬로 목표는 적절히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날짜에다 0을 하나 붙여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를 체크하면 되었다. 9월 10일이면 100킬로 이상은 뛰어야 안심할 수 있었다. 계산하기도 편했고 날짜와 경쟁하는 기분이 들어 재미도 있었다.


멘탈 역시 중요하다. 달리는 만큼 돈을 받는다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달려지기도 했고 월급날까지 열심히 뛰어야 월급이 나온다고 스스로를 몰아가며 뛰기도 했다. 나의 마일리지는 돈이다, 나의 뛰는 거리만큼 돈이 생긴다, 주문을 외워 보기도 했다.

중간에 30킬로를 넘게 뛰는 장거리 프로그램도 넣어야 했다. 작년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여의도를 돌아오는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34.7킬로미터. 수분 보충 없이 에너지젤로만 버티며 뛰어 봤는데, 마지막 5킬로미터는 뛴다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페이스는 떨어졌고 몸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악으로 깡으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9월 한 달을 마일리지에 집중하며 마음먹고 뛰어 봤다. 그렇다고 무리하면 또 안 되니 과도한 러닝 욕구는 자제하면서. 310킬로미터까지는 가능했다. 목표 달성.


10월이 되었다. 이제 대회까지 한 달 남았다. 출퇴근하면서 온통 풀코스 준비와 풀코스 영상을 뒤져가며 봤다. 아직 뛰어 본 적이 없는 35킬로미터를 넘어 나는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다리에 쥐 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을까? 불안함에 또다시 유튜브, 챗GPT, SNS 등을 샅샅이 뒤지며 정보를 얻고 감을 잡으려 노력했다.


지난번 34킬로미터를 넘어 뛰어 봐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마침 추석 연휴가 있어 좋은 기회로 삼았다. D-day를 정하고 코스를 구상했다. 이번엔 한강 하류를 향해 방화대교 넘어 아라뱃길 시작점을 찍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약 38킬로미터. 그러나 전날 처갓집에 가서 과식한 게 마음에 걸렸다. 과식 후 졸음이 밀려와 낮잠을 자버렸는데 아무래도 그게 속을 자꾸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뛰면 나아지겠지, 하며 출발. 이번에도 물은 없이 에너지젤로 버텨 보기로 했다. 안양천-한강-가양대교-방화대교-행주대교-아라뱃길 한강 갑문을 찍고 다시 돌아왔다. 방화대교 이후에는 보행코스가 찾기 쉽게 연결되지 않아 자전거 도로를 사용해야 했다. 완주가 목표이므로 속도는 신경 쓰지 않고 달렸는데 다시 돌아와 만난 방화대교쯤에서부터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는 15킬로미터 정도. 수많은 러너들을 만나고 지나치며 달렸는데 안양천 합수부까지 가는데도 너무 힘이 들었다. 거기서 안양천을 향해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계속 뛰었다. 안양천에서부터 느껴지는 속의 메슥거림은 계속 몸을 불편하게 했다. 힘이 나질 않았다. 뭔가 막힌 기분. 에너지젤로 인해 체한 것 같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전날 과식이 소화력을 약화시킨 것 같았다. 완주가 목표이므로 이를 악물고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그러다 오목교 밑에 물과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를 보고 포기하고 말았다. 토할 것만 같았다. 현금이 없어 다음에 보내드리기로 하고 사정해서 물 한 병을 조금씩 음미하며 마셨다. 벤치에 누워 한참 동안 지친 몸과 불편한 속을 다독였더니 살 것 같았다. 뛴 거리는 32킬로미터. 남은 날들을 감안하면 이제 30킬로 넘게 뛰기는 어려웠다. 패배감에 젖어 그리고 한편으론 안도감에 젖어 걸어서 집까지 갔다.


이제 풀코스는 대회에서 처음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42.195킬로미터를 뛰어 보지 못하고 대회에 나간다는 게 아무래도 불안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10월 중순부터는 훈련 강도를 낮추고 컨디션 조절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10월에도 일 평균 10킬로미터는 차근차근 채워 가고 있었다.

2주 전에는 25킬로미터, 1주 전에는 10킬로미터를 생각하고 연습을 했다. 이제는 스피드를 좀 내야 했다. 실전에서 과연 나는 어떤 전략으로 뛰어야 할까. 초반 오버페이스를 누르며 완주에 더 집중해야 할까, 어차피 후반에 퍼질 것을 감안해 초반부터 속도를 내야 할까. 하프 때도 그랬지만 영원한 숙제다. 내 목표 기록을 추정해서 전략을 잘 짜야한다. 가민의 예측기록을 감안할 때 3시간 중반대는 나올 거 같았다. 물론 처음이니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지만, 첫 마라톤이라고 너무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으면 안 될 것 같았다. 3시간 30분을 목표로 하되, 현장에서 분위기 봐서 3시간 40분, 최악이어도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려면 5분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 마일리지에 신경 쓰느라 페이스는 5분 30초에서 6분 혹은 그 이상으로 천천히 뛰었는데 이제는 실전 페이스를 연습해야 했다.

차차 5분 전후로 페이스를 올렸다. 그리고 가민에서 안내하는 대로 인터벌도 하고, 차차 4분 페이스가 익숙하도록 스피드를 종종 더 올렸다. 작년 한참 하프 pb에 재미를 들였던 때를 생각하면 그 몸상태로 아직은 회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시간이 좀 부족하지만 그 근방이라도 가봐야 한다. 그리고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Vo2 max도 52까지는 회복되었고 젖산역치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다. 역시 숨이 차도록 뛰는 스피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한 모양이다.

대회 2주 전 25킬로미터를 5분 20초대로 뛰고 나서는 좀 마음이 놓였다.


자, 이제 일주일 전. 더 이상의 장거리는 없다. 10킬로미터를 스피드업을 가미해서 뛰고 훈련 거리를 반정도로 줄였다. 적당히 휴식도 취했다. 술도 거의 안 먹었다. 불가피한 자리에서도 최소한으로만 먹었다. 유튜브를 통해 실전 영상을 자주 봤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참고했다. 3일 전부터 의식적으로 탄수화물을 조금씩 더 먹었다. 실전 페이스를 어떻게 꾸릴 건지도 많은 고민을 했다. 가민은 대체로 3시간 30분대는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하프 pb를 달성할 무렵엔 3시간 20분 대도 나왔으므로 당일 컨디션이 괜찮으면 330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목표 페이스는 5분. 초반 10킬로미터를 5분 10초 전후로 유지하고 10킬로미터부터 페이스를 올려 5분의 평균페이스를 만들 생각이었다.

전날은 점심으로 짜장면을,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먹었다. 중간에 간식으로 스위트콘도 먹었다. 단팥빵을 의식적으로 먹기도 했는데 단팥빵은 소화가 잘 안 되어 다음엔 안 먹기로 했다. 그렇게 실전의 날이 다가왔다.

모든 게 처음이고 어설펐지만 마지막 테이퍼링 구간까지 나는 어쨌든 시늉은 다 냈다.

대회 전날 대회 당일 입을 복장과 장비를 다 챙겨 ‘레디샷’까지 찍어 올리며 간절히 빌었다. 제발 내일 무사 완주하기를. (악필,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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