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아빠~”
다 큰 아이들도 한 달 만에 집에 온 아빠가 반가워 달려 나와 반긴다. 한창 일이 바빠 집에조차 오지 못했던 남편의 헬쓱한 얼굴에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오랜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박한 저녁을 먹는다. 아빠의 빈자리, 남편의 빈자리가 무색할 만큼 마주앉은 이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하루하루 아빠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함께 놀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며 설레어 했다. 그러나 정작 2주에 한번 집에 오는 남편은 지친 몸을 뉘이며 깊은 잠에 빠져들곤 했다. 오랜만에 집에 와 쉬고픈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길 바라던 우리의 마음은 늘 어긋났다.
그리움은 곧 원망으로 바뀌었다. 서운함이 파도처럼 몰아치고, 그 감정은 잔소리로, 때로는 싸움으로 번졌다.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숨죽였고, 서로의 마음엔 작은 생채기가 남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달라졌다. 아이들도, 나도 이제는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아빠가 오면 하고 싶은 일들을 고집하기보다 그의 쉴 자리를 지켜주고, 잠시 머무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가 생겼다.
아이들은 이제 부모의 품을 벗어나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 그 변화가 서운하면서도,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아이들을 단단히 키워냈음을 알기에 마음 한편은 뿌듯하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리도 그렇게 성장해 온 것이다.
가끔은 아이들이 이제는 조금만 더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한다. 시간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이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오늘의 소박한 저녁 밥상이, 언젠가 가장 큰 그리움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