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사춘기, 아들도 사춘기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생각했는데, 꾹꾹 눌러 담았던 화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작은 녀석이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것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형석아, 핸드폰 좀 가만히 놔두면 어떨까?” 넌지시 협박 아닌 협박을 했지만, “엄마는 어린이집에서 연락 오면 핸드폰 안 해?” 되받아치는 아이의 태도에 인상을 찌푸렸다.
“야, 엄마는 일 때문에 그런거고. 너는 지금 친구들이랑 쓸데없이 디엠하는 거잖아.” 큰아이의 핀잔에 작은 녀석이 눈꼬리를 치켜들었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저녁 식사 자리. 내일 실기시험을 보러 가는 큰아이 응원차 모처럼 외식을 나왔건만, 싸늘한 공기 속에서 식사는 금세 끝이 났다.
“엄마 우리 노래방 갈래?” 사실 나는 들어야 하는 강의가 있었지만, “그럼 오랜만에 셋이 노래방 콜?” 하며 아이의 말에 선뜻 동의했다.
세차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을 펼쳐 큰아이에게 건네고 작은 아이와 같이 쓰려는데, 점퍼 모자를 눌러쓰고 저만치 비를 맞고 걸어가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후다닥 쫓아가 “비 맞으면 감기 걸려. 같이 우산 쓰자.” 했지만, “그래서 모자 썼잖아.” 건들거리며 말하는 아이의 태도에 꾹꾹 눌러 담았던 화가 다시 터져버렸다.
“야, 됐다. 그냥 집에 가자.” 싸늘해진 엄마의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큰 녀석은 엄마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언제나 내가 화가 나면 눈치를 살피는 녀석이다. 어슬렁거리며 뒤를 따라오는 작은 녀석을 나 몰라 하며 말했다.
“형준아, 미안. 실기시험 보고 와서 노래방 가자. 오늘은 영~ 기분이 안 나네.”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제야? 왜 저리는데?” 화가 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내 모습에, 큰아이는 안절부절하며 말헀다.
“엄마, 엄마가 이해해. 괜찮아지는 것 같더니 형석이 사춘기 다시 시작됐나 봐.”
아, 도대체 사춘기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침묵 속에 집으로 향하는 차 안의 무거운 공기가 답답했다. 신호 앞에 멈춰 선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아이의 사춘기를 묻기 전에 내 마음의 사춘기는 끝났는지 묻고 싶었다.
엄마의 분모도 미숙함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아이를 이해한다는 건, 결국 나의 서툼을 인정하는 일. 오늘도 나는 화를 내고, 후회하고, 또 다짐한다.
내가 먼저 다정한 어른이 되어주자고. 그것이 어쩌면 사춘기를 함께 지나가는 가장 따뜻한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