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어느 날

지난 12월의 어느날

by 새 봄

올겨울, 내가 사는 서울에
눈이 쌓일 만큼 온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문득 예전에는 겨울마다 눈이 더 자주 왔던 것 같은데.
요즘은 조금 내리다 말아 개인적으로 늘 아쉬웠다.
그런데 2월이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내려주니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눈이 나무 위에, 돌 위에, 풀 위에
고요히 쌓여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과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동시에 기분도 또렷해진다.
내가 눈을 참 좋아하는 이유다.

만지는 것보다는
눈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눈 길을 걷는 걸 더
좋아한다.


요즘은 교통과 보행의 편의를 위해
눈이 오면 금세 치워진다.
어느 날은 정말 눈이 왔었나 싶을 정도다.
그럴 때 아파트 단지 안화단이나 놀이터.
관리인 분들이 한쪽에 모아두신 눈을 발견하면
괜히 마음이 놓이고 반가워진다.


오늘은 둘레길 비슷한 곳을 걸었다.
길의 반은 눈을 치워 만 땅이 드러나 있었고,
반은 아직 눈길이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 걸었을까.


짐작하다시피, 당연히 눈길 쪽이었다.
눈이 와야만 걸을 수 있는 길.


밟을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한 소리와 사각거림.
나이가 들어서도
빙판이 아닌 눈길이라면
나는 일부러 그쪽을 걸을 것 같다.


문득 내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치워져 있고 걷기 편한.
깨끗한 보도블록 길과
조금은 미끄럽고 신발도 지저분해지지만
걷는 동안 마음이 살아나는 눈길.


나는 종종
그 눈길 같은 선택을 하며 살아온 것 같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때그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경험들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 선택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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