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취업 도전기
그동안의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지나, 저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은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특히 외주 작업을 시도하거나, 원하는 직장에 지원하는 일은 매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처럼 느껴졌어요.
처음 취업에 도전할 때, 솔직히 저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공모전에서 얻은 경험과 블로그 운영으로 쌓은 작은 성취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몇몇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읽고 나서 연락이 없거나, 아예 읽히지 않는 이력서도 있었죠. 구인 공고 하나에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드는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 제가 경쟁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작은 성과들로 우쭐해 있었구나 싶고,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었으니까요. 나를 뽑을 사람 하나 설득하지 못해서야 어떻게 마케터가 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시 보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와 콘텐츠 제작을 통해 쌓아온 경험들을 정리하고, 마케팅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어요. 이전에는 디자인과 영상 작업물만 나열했지만, 이번에는 블로그 운영 성과와 협찬 받은 제품을 홍보했던 경험까지 포함시켰습니다. 블로그를 실제로 성장시킨 과정과 마케팅적 접근을 실무적으로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어요.
간호사로서의 경력도 강점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관련 직무를 위주로 지원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의료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과정은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내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준비한 지원서를 제출하자, 드디어 긍정적인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세 곳의 회사에서 면접 연락을 받게 되었고, 그 중 한 회사에서는 내 나이가 다른 구성원들에 비해 많고, 간호사 출신이라는 점을 걱정스럽게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들의 말투와 표정에서 나의 과거 경력이 마이너스 요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된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다른 두 곳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회사는 간호사로서의 경력과 블로그를 운영하며 쌓은 마케팅 경험을 높이 평가해 주었습니다. 특히, 의료 업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마케팅적 접근을 장점으로 보았고, 블로그를 통해 쌓아온 실무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죠. 또 다른 회사에서는 나의 나이를 경험에서 오는 성숙함으로 봐주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배운 열정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해 주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하나의 경험만으로 나를 정의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을요. 나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평가라는 것은 상황과 집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맞음’과 ‘맞지 않음’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경험과 강점은 어떤 환경에서는 빛을 발할 수 있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덜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경험을 통해, 하나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내 자신을 낙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의 가치를 알아봐 줄 사람들 앞에서, 내 경험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저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도전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직장에서의 첫 발을 내딛으며, 그동안의 긴 도전과 노력의 결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