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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Oct 11. 2024

저, 혹시 마케팅 업체 어디 쓰시나요?

드디어 새로운 직장에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긴 도전의 끝에 얻은 자리였기에, 그만큼 의미가 남달랐어요.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업무의 성격과 속도, 그리고 병원 내 마케팅과 홍보라는 낯선 분야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죠.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제가 맡은 일은 병원의 홍보를 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관리, 병원 내 홍보물 제작을 포함해 각종 디자인 작업까지 맡게 되었죠. 내 손으로 병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흥미가 생겼지만, 동시에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처음으로 맡게 된 업무는 병원 블로그의 개선 작업이었습니다. 기존 블로그의 운영 상태를 분석해 보니, 이전에는 SEO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노출이 거의 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제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타겟 고객이 선호할 만한 키워드를 삽입해 노출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포스팅에 적합한 키워드를 연구하고, 콘텐츠를 작성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막상 해보니, 키워드와 실제 콘텐츠의 내용이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병원장님께서는 병원의 시설이나 원내 소식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작성해 주길 원하셨지만, 실제로 병원을 방문할 잠재 고객들은 더 실질적인 의학 정보와 병원의 전문성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병원장님의 요구와 실제 고객의 니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병원장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실제 고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일상적인 소식에 병원의 전문성을 담을 수 있을지 연구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조금씩 블로그 포스팅에 대한 감이 잡히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점점 병원의 브랜딩을 살린, 뻔하지 않은 글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작업도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병원 내에서 사용될 포스터와 홍보물 디자인은 단순한 예쁘고 멋진 디자인을 넘어, 병원장님의 취향과 병원의 이미지에 부합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점차 병원장님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적응해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다양한 디자인 요청을 맡게 되면서 저 자신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적응해 나가면서도,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는 날들도 많았어요. ‘과연 내가 이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이 끊임없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로부터 어떤 소식을 받았습니다. 타 병원에서 저희 병원 블로그를 보고 연락이 왔다는 거였죠. “이 블로그 포스팅 내용이 너무 좋습니다. 혹시 어느 마케팅 업체를 이용하셨나요?”라는 질문을 했다고 해요.


그 순간 느꼈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내가 해온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솟아났어요. 나의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고 배울 것도 많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 후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연구하고, 의료와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병원의 따뜻한 이야기도 함께 담아 보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병원의 특성을 살린 포스팅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서 진정성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저는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병원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단순히 병원 홍보를 넘어서, 고객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마케터로서의 역할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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