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시상식이었다. 정말 상상대로였다. 몇번이고 돌려봤던 내 상상속처럼 나는 ktx를 타고 상경했다. 이야, 서울 공기는 다르구나. 마치 시골쥐처럼 두리번 거리며 시상식장에 도착했다. 쭈뼛거리며 들어가서 이름을 말했다.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오마이갓. 내 자리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마치 나를 위한 자리라는 듯 말이다. 사실 그게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감동이었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나의 자리’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찾아온 사람이라 그런지, 이 사소한 표식이 그렇게 감동일수가 없었다.
이름표에는 ‘대상’ 안성민 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단어가 이렇게 황홀한 단어였던가. 작년에 그토록 바랬던 그 자리에 내가 정말로 와있구나. 꿈과 현실이 겹쳐지는 이 감각이 너무나 생경했다. 한참을 감동하던 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을 담당자라고 소개했다. 무척 사랑스럽고 따뜻한 눈빛이었다. 이 글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아주 궁금했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야무지고 멋져보인다는 칭찬을 건네주었다. 내 글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아주 큰 울림을 주었다고, 어떻게 쌍둥이를 키우며 그 과정을 만들어왔는지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슴이 벅차오르더니, 이내 몽글몽글한 기분이 되었다.
이어서 좀더 책임자인듯 보이는 분이 오셨다. 그 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린 쌍둥이를 키우며 직업 훈련을 받고, 또 취업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이 있었을지를 알아주셨다. 무척 따뜻했다.
스크린에는 귀여운 일러스트로 그려진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였다.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던 지난 시간들이, 스크린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이게 내가 만들어낸 현실이라는 걸 다시 한번 자각했다. 인생은 정말 짜릿하다. 살면서 이런 날을 정말로 맞이하게 될 줄이야. 로또 1등이 되어도 이것보다 더 행복하진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을 받고, 사진을 찍고, 수상소감을 이야기했다. 몇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바보같은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딘가 고장이 난 듯한 기분이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 이 현실이 내 것임을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딱 한가지 아쉬웠던 대답이 있다.
“왜 간호사를 하지 않고 길을 바꾸었어요?” 하는 질문에
“교대근무가 힘들어서 현실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했어요.” 하고 대답한 것이었다.
사실 그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 여러 탐색 과정을 거쳐 발견한 하나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그건 간호사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이 불가능해보이는 영역을 과연 내가 깨고 넘어갈 수 있는지.
그때의 나는 어느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
만약 가능하다면, 내가 생각한 그 이후의 지점에도 도달할 수 있을지.
그 자리에서 다 이야기할 수 없는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다 이야기하지 못한건, 나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 그게 무척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꼭 풍족해야만 할 수 있는 고민일까? 우리는 모두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고,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말이다.
내가 몸 담았던 자리마다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 ‘할 수 있는 이유’보다는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이 곳을 바꿀 수 없어.
우린 힘이 없으니까.
(이 곳을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꾸는 건 어떨까?)
나는 이 직장을 나갈 수 없어.
다른데도 다 비슷할거니까.
(가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지?)
나는 일을 할 수 없어.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당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세상이 말하는 ‘할 수 없는 이유’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게 갖춰진 상황이란 오지 않으며, 변화하기 좋은 때는 바로 지금부터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좋다.
그것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포장해버리면, 그 이후에 원하는 게 생겼을 때 도전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음, 나도 알고싶지 않았다.
아무튼, 삶의 고삐를 스스로 쥐고 있으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