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삼덩굴
이제는 매화와 목련이 서서히 지고 벚꽃과 개나리 같은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여기저기 벚꽃 축제 소식이 들려오고 다음 주에는 근처에서 진달래 축제가 시작되어 해마다 그렇듯 상춘객들로 도로가 마비될 것이다. 이렇게 한 해가 시작되고 늘 그렇듯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주말텃밭도 생기를 찾고 온갖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먼저 아주 작은 꽃들을 살펴본다. 하얀색 별꽃과 붉은색 광대나물 꽃, 노란 꽃다지 꽃과 하얀 냉이 꽃이 피어있다.
어느덧 쑥이 몰라보게 자라 있고 낙엽 사이로 숨어있던 어린 머위가 조용히 고개를 내민다. 얼마나 반가운지. 머위도 나를 보고 웃는 것만 같다. 한두 개가 있나 했는데 낙엽을 거두어보니 정말 많이 돋아있다.
머위는 이렇게 어릴 때는 부드럽고 순해서 살짝 데쳐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다. 남편은 어린 순을 좋아해서 허리 아프다면서도 한참을 머위 캐는데 집중한다. 머위는 그대로 두면 줄기가 굵어지면서 50센티미터까지도 자란다. 이때는 껍질을 벗겨 장아찌를 담아 먹는데 나는 그 아삭한 식감을 정말 좋아한다.
갓 길에는 재작년에 심어둔 튤립과 수선화가 또다시 꽃대를 올려주고 대숲 사이로 상사화가 잎을 피운다. 찔레순이 돋아나고 찔레나무를 타고 인동덩굴이 잎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서로 사이좋게 자라나주면 좋으련만...
예쁜 풀과 꽃들 사이로 자라는 잡초가 있다. 환삼덩굴이다. 지금은 너무 어려서 나무를 휘휘 감거나 숲을 지나가면 내 손등을 할퀴는 그 환삼덩굴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지금 뽑아내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환삼덩굴밭이 되고 만다. 처음 몇 년간 누구도 돌보지 않았던 시골 땅을 가꾸면서 가장 무섭게 싸웠던 풀이 바로 이 환삼덩굴이었다.
환삼덩굴은 삼과로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잎은 서로 마주나고 끝이 5~7개로 갈라져있고 양면에 거친 털이 있다. 원줄기와 엽병에 밑을 향한 거센 갈고리가시가 있어 다른 물체를 걸고 자라 오르는데 지나가면 옷에 거칠게 붙거나 피부에 상처를 입힌다.
이렇게 무서운 환삼덩굴은 두 가지 면에서 나를 놀라게 한다. 첫 번째는 바로 이 어린싹이다. 다글다글 올라오는 이 연약한 싹이 환삼덩굴이라니... 두 번째는 이 환삼덩굴을 식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바질 대용으로 환삼덩굴페스토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예부터 율초로 불려진 환삼덩굴 어린순은 봄나물로 식용하고 뿌리까지 뽑아 전초는 독을 풀어주는 용도로 약용했다고 한다. 꽃과 열매도 가루를 내거나 물에 달여 복용했다고 하니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처음 만났을 때 나쁜 인상을 가지게 되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사람처럼 환삼덩굴이 새롭게 다가온다. 사람도 그러하듯 식물도 너무 단정 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환삼덩굴을 보며 갖게 된다. 그래도 이 어린 환삼덩굴이 너무 많이 퍼지지 않도록 뽑아주는 일을 게을리하진 않는다. 최소한의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 보니 간밤에 때아닌 영하의 기온이 불어닥쳐 마당의 양동이 물과 연못물엔 살얼음이 얼었다. 이젠 따뜻해져서 괜찮겠지 하고 이식한 채소와 화초류가 추위를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그래도 환삼덩굴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자연의 힘을 믿고 다음 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