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과 파드득나물
가정의 달.
신록이 푸르고 봄을 알리던 꽃들은 지고, 농부들의 일손을 바쁘게 하는 5월이 왔다.
저 멀리 이팝나무가 올해의 풍년을 알리듯 소복한 꽃을 자랑한다.
주말텃밭은 지난주부터 풀들이 키를 키워 자라고 있는데 종류가 참 많다.
키 작은 돌나물, 뱀딸기, 괭이밥, 토끼풀...
키가 큰 민들레, 미국자리공, 냉이꽃, 개망초, 애기똥풀, 명아주, 우슬, 쑥...
겨우내 로제트로 있던 풀들이 어느덧 키가 자라고 꽃을 맺는 유럽점나도나물, 쇠별꽃, 쇠뜨기, 질경이, 꽃마리, 선개불알풀, 갈퀴덩굴...
가히 풀들의 잔치다.
텃밭에 키우는 작물보다 키가 큰 풀을 뽑아보면 쇠별꽃처럼 쉽게 뽑히는 식물도 있지만 쑥같이 뿌리가 깊거나 옆으로 뻗은 식물은 뽑기가 정말 힘들다.
이럴 때는 농부들이 하는 어릴 때 뽑아야 한다는 말과 비닐을 덮어 작물을 키우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텃밭에는 채소꽃들이 피었다. 배추꽃, 무꽃, 양배추꽃.
겨울을 지난 양배추를 잘라보니 꽃이 피어 있었는데 먹어보니 부드럽고 아삭거린다. 색다른 양배추맛이다.
더 자란 노란 양배추꽃을 만났다. 모양도 색깔도 참 예쁘다. 반가운 마음이다.
5월에는 먹을 수 있는 잡초를 찾아보았다. 사실 많은 잡초들이 식용 가능하긴 하다.
그중에서 돌나물과 파드득나물이 있다.
돌나물은 돌나물과로 돈나물이라고도 불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옆으로 길게 자라고 마디에서 뿌리가 나온다. 다육이처럼 통통한 잎이 보통 3개씩 돌려난다. 이 어린잎을 생으로 무쳐먹거나 김치로 담가 먹기도 한다. 8~9월이 되면 5개의 꽃잎을 가진 노란 꽃이 핀다.
돌나물은 돌이 있는 곳에서도 잘 자라서 그 이름이 돌나물인가? 옛날 불타버린 절터에 있던 무두불의 전신을 에워싸고 머리 부분에 수북이 피어 부처님 전신에 황금 갑옷을 입힌 듯했다고 한다.
새콤달콤 돌나물 무침을 좋아하는데 항암효과도 있고 피로 회복에도 좋다고 하니 물김치도 한번 담가 보아야겠다.
파드득나물은 두 해 전부터 관심이 갔던 풀이다. 우연히 로컬푸드에서 신기한 이름의 파드득나물을 만났는데 그 향기가 미나리같이 향긋했다. 그 풀을 시골 텃밭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보게 되었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있는 것이 파드득나물이 아닌가!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긴 잎자루 끝에 3장의 작은 잎이 다발로 붙어있다. 반디나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줄기 끝에 흰색의 작은 꽃이 핀다. 반음지에서도 잘 자란다.
그런데 이 파드득나물이 시중에는 참나물로 팔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잎의 모양이 비슷한 듯하지만 참나물은 잎 가장자리 톱니가 규칙적이고 잎자루에 자줏빛이 돌고 파드득나물은 톱니모양이 불규칙적이고 잎자루와 줄기가 연둣빛이다. 꽃의 모양도 다르다. 파드득나물은 참나물처럼 흰 꽃이 겹우산모양 꽃차례지만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
원래 참나물은 고산지대에서 자라고 재배가 어려워 일본에서 들여온 종자로 시설재배해서 이 파드득나물이 참나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파드득나물도 혈액 순환, 어혈 제거, 비타민이 풍부해서 피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아쉽더라도 개량참나물이라 불러주면 좋겠다.
먹을 수 있는 잡초!
돌나물과 파드득나물!
내가 키우는 시금치와 쑥갓, 상추와 무어 그리 다를까? 그 많은 채소 중의 하나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해마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고마운 잡초들. 그렇게 때가 되면 돋아나서 꽃을 피우고 겨울을 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