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두 하늘의 전쟁: 임진년의 진실
태초부터 이 땅에는 인간의 눈으로 읽어낼 수 없는 ‘두 하늘의 전쟁’이 존재해 왔다. 하나는 인간을 부품과 노예로 전락시켜 영원한 지배를 꿈꾸는 찬탈자의 하늘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내면에 깃든 고귀한 의지를 수호하려는 보호자의 하늘이었다.
인간을 지배하려는 외계의 약탈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적 저항력을 지닌 '한민족'의 정기에 주목했다. 그들의 초월적 지성체는 인류를 지키려는 수호 세력의 가장 순수한 혈통이 조선의 공주로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적 데이터를 산출해 냈다. 만약 그 공주를 손에 넣어 혈통의 비밀을 해체할 수만 있다면, 수호자들을 근본적으로 말살할 수 있는 치명적인 수단을 손에 쥐게 될 터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직접 드러내는 대신,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기로 했다. 약탈자들은 일본의 하급 무사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앞에 '신의 형상'을 빌려 나타나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조선으로 건너가, 하늘의 피를 가진 아이를 내게 바쳐라.”
히데요시는 그것이 우주적 전쟁의 서막임을 알지 못한 채, 대륙 정벌의 야욕을 품었다. 그렇게 임진년의 참화는 단순한 영토 전쟁이 아닌, 인류의 영혼을 찬탈하려는 외계 세력과 이를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충돌하는 거대한 운명의 격전지가 되었다.
[프롤로그]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낙인
세상은 그를 버렸다. 아니, 그가 믿었던 정의가 그를 난도질했다.
전직 장교 출신의 열혈 기자, 현정. 국회의원의 거대한 비리를 폭로했을 때 그가 기대한 것은 찬사가 아니었다. 그저 진실이 제자리를 찾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치밀하게 조작된 뇌물 수수 혐의와 동료들의 외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추잡한 누명이었다.
"결국... 여기까지인가."
현정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다. 깊은 산세는 금방이라도 그를 집어삼킬 듯 어두웠다. 군 시절 익힌 감각도 지금은 무용지물이었다. 아니, 그는 길을 찾고 싶지 않았다. 이 숲의 어둠이 차라리 영원한 안식이 되길 바라며, 그는 절벽 끝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쿠르릉― 콰광!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숲을 뒤흔들었다. 고막을 찢을 듯한 천둥소리와 동시에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거대한 황금빛 줄기가 수백 년 된 고목나무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지옥의 불꽃이 튀듯 사방으로 파편이 비산했다.
"으악!"
폭발의 충격에 현정은 뒤로 나자빠졌다. 흙탕물 범벅이 된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가 눈을 떴을 때,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친 듯이 퍼붓던 장대비가 단칼에 베인 듯 멈추고, 먹구름 사이로 비현실적인 달빛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매캐한 탄내 속에서 현정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벼락을 맞아 뿌리째 뽑혀 나간 고목나무의 거대한 밑동 사이, 축축한 흙더미 속에서 기이한 광채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게... 뭐지?"
홀린 듯 다가간 현정의 손이 흙 속에 파묻힌 물체를 더듬었다. 차갑고도 묵직한 감촉. 그것은 오랜 세월 흙에 잠겨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검집이었다. 짙은 고동색 나무 검집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빗물로도 닦이지 않는 핏빛 낙인이 문신처럼 박혀 있었다.
그 순간, 현정의 머릿속으로 수천 장의 잔상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산맥, 한 팔을 잃고 오열하는 사내의 뒷모습,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누군가의 슬픈 눈망울.
자살을 결심했던 현정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절망으로 가득 찼던 그의 눈동자에 뜨거운 불꽃이 일었다. 이 검이 자신을 불렀다는 확신, 그리고 이 검이 있다면 자신이 잃어버린 진실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강렬한 희망.
현정은 떨리는 손으로 검병을 쥐었다. 400년의 시간을 건너온 '해인통천검'이 다시 주인을 만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