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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 Aug 13. 2024

그럼에도 눈물 마를 날은 온다

언젠가는 또 울겠지만 그래도

기회는 그렇게 기회인지도 모르게 조용히 찾아오나 보다.


나는 그분께서 나에게 일자리를 제안해 준 그 순간이 지금 돌이켜봐도 너무 신기하다.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사실 자기 후임으로 이미 뽑힌 사람이 있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력서는 전달해 드리겠다고 한다. 근데 너무 기대는 말라고. 그래도 이게 무슨 기회인가 싶어서 난 그저 좋았다. 그렇게 우리끼리 따로 카페로 이동해서 수다를 떨다가 집에 가려고 길을 나서는데, 그분이 갑자기 사장님 전화를 받고는 한참 통화를 하더니 전화를 끊고 더 신기한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그분 왈, 방금 사장님께서 후임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개인사정이 생겨서 일을 못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일이 이렇게 되려고 너가 그 한국분을 만났나 보다,라고 하셨다는 게 아닌가.


그렇게 졸지에 나는 일을 구하게 됐고, 지난 한 주간 인수인계를 받은 후 내일이 바로 정식 첫 출근날이다. 사실 그렇다고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다른 고생길의 시작이라면 시작일까. 사실 인수인계를 받으면서도 우여곡절이 컸다. 그것까지 이 글에 적기에는 보기에도, 쓰기에도 피로도가 높을 것 같아 적당히 생략한다.


와중에 더 놀라운 것은, 그날 면접 본 키즈카페에서도 그사이에 연락이 와서 트라이얼(채용 전 업무수행도를 평가하기 위한 임시 근무)을 하고 온 것이다. 만일 키즈카페에서도 채용이 확정되면 나는 별안간 투잡을 뛰게 된다. 일도 집도 없이 변태들만 잔뜩 만나고 우울해서는 손톱을 깎던 내가, 일주일 만에 일을 두 개나 구하게 되었고 넓은 아파트를 혼자 쓰며 고요를 만끽하고 있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이런가 보다.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삶. 당장 내일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가늠도 되지 않는 삶. 지난 한 달 동안은 하루하루 쏟아지는 버라이어티함에 정신을 차릴 새가 없어서 이 모든 감정들이 흩날린 채 분산되어 있었다. 호주에 도착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흩어진 감정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가다듬을 수 있게 되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눈물 마를 새 없는 지난 한 달이었지만, 그래도 이곳에 잠시나마 뿌리 한 가닥을 내리고 잘 살아보련다. 잠깐일지라도 내 취향껏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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