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은 만큼 진짜 이야기.
(일부러 종결어미를 쓰지 않은 구간이 있습니다.)
한 동안을 갇혀 있었다
간간히 바깥공기의 향이 유리창의 틈새로 새어 들어왔다
틈새에 코를 가져다 대는 나를 발견하곤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던 날
그날로부터 후각은 퇴화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전히 잃어버렸다
손잡이가 없는 문을 바라보는 일
여닫는지 미닫는지 모르는 것을 응시하는 일
뿌연 얼룩과 누런 얼룩의 면적을 가늠하는 일
희미하게 보이는 세상과 얼룩져 보이는 세상은 같은 곳에서 일어난 풍경이었다
저 멀리 떼로 피어난 노란 식물은 어떤 향일지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문인지 창문인지 벽인지 어쩌면 마지막 내 목숨을 앗아갈 괴한인지도 모를일이었다
몇월 며칠 몇시에 햇살의 목소리가 가장 큰지를 기록하는 것은 나의 일이다
나는 나의 죽음을 예언했다
정확히 몇월 며칠 몇시인지까지 예언했다
나의 살결을 뚫고 피를 캐낼 그것을 향해 질주할 날을
어쩌면 피비린내 같은 것 없이 세상을 비행할 날을
추락과 낙하의 말이 다르다는 것을
아주 지극히 느낌적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국어사전을 통해 정확히 알아버렸다
나는 낙하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결말인 것이다.
설령 재수가 좋아 살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죽음과 맞바꾼 삶이라
새롭게 나를 가둘 예정된 곳을 찾을 것이다
두 번째 예언은 더욱 치밀해야 할 것이므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 시간동안 나는 며칠의 구타를 견뎌야 하며, 몇번의 살인을 당할지
나의 꿈은 낙하하는 것이다.
햇살의 목소리가 아주 커서
모두의 귀가 멀고, 눈이 멀어버린 그런 날
낙하의 꿈도 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