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하세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던지, 아주 오랫동안 무언가를 참아야 할 때 내가 자주 만난 감정은 의심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는데 나는 그 두드리기를 하지 않던 인간이었다.
그래서 늘 나는 잘못 밟은 디딤돌에 넘어지고 물에 떠내려가고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이제는 의심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의심대신 조심을 하면 될 텐데 나는 기어코 떠내려가는 나를 떠올린다. 물속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데 수많은 돌멩이 조각에게 살갗이 찢어지는 내가 떠오른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찌르르 아파온다.
내가 떠올린 건지 그냥 떠오른 건지.
많은 의심은 두려움을 데리고 온다. 끊임없이 나를 갉아먹는다. 나의 걸음을 제자리에 붙여버린다.
그리고 나를 다음이 아닌 거기에서 멈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