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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Mar 29. 2021

나의 '집' 사용설명서

2021.03.28  [달빛 작가]

 

독.립.만. 

할 수 있다면!

집의 크기는

큰 문제가 아니다.


화장실과 주방이

딸린 5평짜리도 괜찮다.


왜냐하면 내 첫 자취방이

8평이었고, 불평 없이

잘 지냈기 때문이다.


좁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청소하기 편했다.


하지만 귀차니즘이

발동하면,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어 곤란했다.


내 집인걸 부정할 때까지

방치하면 차라리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웃프게도 도망칠 곳

없었고, 치워야 되는

현실이 슬펐다.



좁은 집에서 딱 한 가지만 

추가할 수 있다면, 

당연히 옷방이다.


엉망의 원인은

바로 옷이다.


그날따라 입을 옷이

없으면 옷을

꺼내보기 때문이다.


옷이 없는데 못 사는

이유는 둘 데가

부족기 때문이다.


나의 소중한 옷들을

보관할 곳이 넉넉했다면?

옷무덤이 쌓일 이유가 없다.


쇼핑하지 않아도

나만의 매장이 여기 있는데,

고민하는 시간 아깝다.


옷방을 채울수록

헤어 나올 수

없을까 봐 걱정이다.



집에 로망을 곁들인다면,

풍경이 싱그러운 

자연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삶이 흘러가는 것을

깨닫는 건, 단순히 나이일까.


바깥의 사계절을 보고

진작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봄은 예쁜 꽃을,

여름은 시원한 바다를,

가을은 부서지는 낙엽을,

겨울은 새하얀 눈을

기다리며 자연을 변화시킨다.


삶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때,

집에서 바라본 풍경이

똑같지 않았으면 했다.


혼자 머물러 있는 느낌이

지독하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나를

보며 숨통이 트이면 좋겠다.


풍경 속, 로망 가득한

가을을 기다려 볼 테다.



독립이 좋지만 때론,

집에서 사람을 찾게 된다.


같이 살지 못한다면,

옆집에 친구 한 명

이라도 필요하다.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하고

말을 주고받을 사람이 좋다.


개인의 요구사항이지만

내 존재를 밝혀줄 누군가가

있어야 정신건강에 좋다.


괜히 외로워서 본가에

하룻밤을 지내고

게 되는 것이다.


온기가 느껴지는 집은

사람이 남겨놓은 정과

사랑이 전달되는 집이다.


가능하다면 나의 집도

온기로 가득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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