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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에 장화 신은 농부 2

고구마 심기

by Jina가다

(2023.4.28)


내가 발을 들인 곳이 철물점이고, 농부들과 줄을 서는 농기구 판매소 일 줄이야! 하하. 이제는 운전해 다니면서 눈에 띄는 것은 모종을 파는 시장과 농약사 그리고 철물점이다. 온통 관심이 있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때는 카페와 커피 관련된 학원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었다. 무인 매장을 관심에 두었을 때는 다니면서도 보이지 않던 무인 카페와 세탁방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시선과 시야는 좁혀지고 열리는 것 같다.




고구마를 키우기가 쉽다는 체험 교사의 말이 기억났다. 농협 하나로 마트 옆에 있는 모종 판매소에서 고구마 모종 한 묶음을 샀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호박고구마, 밤고구가, 꿀고구마' 세 종류 묶음마다 이름표가 붙어있다. 평소 마트에서 구입해 구워 먹었던 꿀고구마 한 단을 만 삼천 원에 샀다. 수박과 참외, 단호박도 두 개씩 모종을 데려왔다. 젊은 직원은 고구마를 심는 도구가 있다고 소개한다. 아무래도 모종을 고르면서 어슬렁거리는 모양새가 서툴러 보이나 보다. 끝이 작은 브이 모양으로 벌어진 쇠막대를 이천 원에 구입하고 사용법을 물었다. 고구마 모종 줄기를 브이 모양 끝에 걸쳐서 흙으로 쑥 밀어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단 주의 사항은 수직으로 땅에 꽂지 말고 줄기가 비스듬히 눕도록 심으라는 것이다. 농부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아이디어 상품이 많이 개발되면 좋겠다. 아마도 이 기구도 농부 중 누군가가 생각해 낸 도구가 아닐까 싶다.


막상 밭에 와서 고구마 모종을 펼쳐보니 양이 너무나 많았다. 아이고! 도구를 이용해 한 줄기씩 쉽게 한 고랑에 심고 나니 묶음 3분의 2가 남아 나눔을 해야 했다. 두 명의 이웃에게 한 줌씩 모종을 나눠주고도 결국은 두 고랑을 더 신청해서 밭을 확장했다. 밭에서도 땅에 대한 욕심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좀 더 일찍 고구마 순을 심었던 밭은 이미 냉해로 고구마 모종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한 번 손상된 모종은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꽃샘추위가 오지 않기를, 그리고 아직 어린 줄기니, 추위와 더위를 잘 이겨내기를...


고구마 모종을 나눠 준 122번 밭주인은 고구마를 심는 방법도 탁월했나 보다. 나중 보니 그녀의 식물들은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아... 식물들도 주인을 잘 만나야 하나 보다. 매일 밭에 나와 식물을 살핀다는 그녀는 편한 옷차림에 모자를 착용한다. 비료와 퇴비 그리고 식물에 관해 사용하는 단어부터 범상치 않다. 그녀를 과외 선생님 삼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녀에게 물어보고도 준비되지 않은 농부의 모습이 쑥스러워진다.

"밭에 물은 언제 주는 게 나아요? 모종을 이렇게 심는 게 맞나요? 웃거름을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야구 모자를 쓰고 청바지를 입은 또 다른 중년 초보 농사꾼이 모종을 심고 있어 잠시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뭐 취미로 하는 거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게요. 농사를 잘 지으려는 것보다는 재미죠 재미." "아, 맞아요. 초보라서 혹 서툴러도 어쩔 수 없지요. 그냥 즐겁게 해야죠."


말은 그렇게 하고도 집에 돌아와 유튜브를 검색했다. 텃밭과 채소를 가꾸는 카페에도 가입했다. 많은 모임 중에 가입인원이 많고 다양한 식물을 다루는 곳으로 선택했다. 멤버가 되고 보니 진짜 농부가 된 기분이다. 이렇게 많은 채널이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이 많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이렇다. 서툴게 심어진 식물이어도 힘을 내서 모두 잘 자라나기를.... 서툰 초짜 농부의 발소리도 들어주기를. 그러다가 쑥쑥 자라서 열매까지 열려주기를.

'응원해 얘들아! 아직 내 눈에는 매일 너희들만 보인다. 아기를 두 손에 안은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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