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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Sep 24. 2023

우유는 항상 1리터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드는 부엌

우유는 항상 1리터다. 마트에 가면 행사 중인 묶음 산다. 아이들 어릴 때는 냉장고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채우는 필수음식이었다. 쌍둥이 아이를 키우며, 모유가 부족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유가 없었다면 쌍둥이 아이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활동량이 과 성장을 걱정하며 아이들에게 우유 마시기를 강조했다. 보통 신장인 우리 부부를 생각할 때, 유전적인 이유도 있었다. 우리보다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소망이었다. 아침마다 우유컵을 들고 아들 코 앞에 배달했다.


한참 우유 파동으로 고름 우유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이들이 입을 막고 마시기를 거부했다. 뉴스와 친구들의 말은 아이들에게 진리다. 우유를 싫어하는 마음을 바꾸느라 갖은 애를 썼다. 엄마의 설득은 전혀 영향력이 없었다. 결국 학교에 근무하시던 외할아버지께 부탁했다.

“할아버지 있는 학교에서는 모 우유를 마시게 해. 성장기에는 칼슘이 많이 필요해서 꼭 섭취해야 한다. 그래야 뼈도 튼튼해지고 머리도 좋아져.”

우유를 잘 먹고 키 커서 오면 또 용돈을 주겠다며 할아버지는 손주들과 손도장을 찍고 지갑을 열었다. 다시 우유를 마시게 된 것은 외할아버지 덕분이다.

 



아이들이 다 커서 집에 없는 지금도, 나는 1리터 들이 우유를 산다.

이제는 칼슘이 필요한 우리 부부를 위해서다. 우유를 다양하게 사용 중이다. 에스프레소를 넣어 라테를 만들고, 과일과 곡류를 넣고 갈아 음료를 만든다. 무엇보다 요구르트를 만들어 그릭 요구르트와 리코타 치즈를 만든다. 디저트와 샐러드에 자주 사용한다. 우유를 사용해 만든 음식들은 비용이 적게 들고 무척 간단하다. 최근에는 좋은 요리 도구들이 많은데, 요구르트 기계와 유청 분리기를 잘 사용하고 있다.

 

1리터 들이 종이 우유 팩을 그대로 집어넣는 요구르트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1리터 우유에 발효균이 들어있는 요구르트 80ml 한 병을 붓는다. 온도가 설정된 기계에 넣은 후, 8시간이 지나면 걸쭉한 요구르트가 완성된다. 냉장고에 잠시 굳힌 요구르트는 그대로 딸기잼이나 과일청을 넣어 요구르트로 먹어도 좋다.


나는 유청을 뺀 그릭 요구르트를 만든다. 거름망과 누름틀이 들어있는 기구를 사용한다. 이 도구를 사기 전에는 드립커피용 거름종이를 사용했다. 용량이 적고 손이 많이 가서 불편하던 중에, SNS 광고를 보자마자 주문했다. 굳어진 요구르트를 망에 붓고 물 틀 무게로 누름해서 냉장고에 두면, 유청이 분리돼 두부처럼 단단한 그릭요구르트가 완성된다. 1리터 요구르트를 넣으면 500ml의 유청이 분리된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유청을 버렸다. 그런데 이 소중한 유청은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마트에서 비싸게 사서 샐러드에 사용했던 리코타 치즈다. 살림 고수들의 정보에 유레카를 외쳤다.


요구르트를 만들면 1석 3조를 누릴 수 있다.

요구르트만 만들어도, 꿀과 과일을 넣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간식이 된다


그릭요구르트는, 계절 과일 위에 한 두 스푼만 올려 꿀을 떨어뜨리면 되는 고급 디저트다. 손님맞이에는 식사 후 차 한잔에 예쁜 후식으로 준비한다. 봄에는 딸기와 산딸기, 블루베리 여름에는 복숭아 가을에는 무화과 겨울에는 귤을 올리면 색감 화려하다.

 

리코타 치즈는 의외로 만들기 쉽다. 그릭요구르트를 만들 때마다 같이 조리해서 작은 통에 담아둔다. 소량지만 보슬보슬하게 완성된 리코타 치즈는, 야채샐러드에 올리거나 빵에 발라먹기 안성맞춤이다. 유청 500ml에 우유를 500ml 일대일로 넣고 소금 한 꼬집과 레몬즙 세 숟가락을 한 바퀴 돌린다. 내용물을 섞은 후 중불에서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총 10분 정도 소요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중간에 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을 끄고 식힌 후, 유청 분리기 망에서 2시간쯤 둔다. 분리기가 없다면 면포를 사용해도 좋다. 냉장에서 7일, 냉동으로 6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리코타 치즈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지만, 지방 함량이 적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도 적합하다. 칼슘이 풍부해서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고, 셀레늄이 풍부해 세포의 산화와 노화를 예방한다. 숙취 해소와 피로감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만들어 먹을 수밖에.




카페에 들러도 매번 카페 라테를 주문하는 나. 우유를 좋아하는 게 맞네. 뜨겁게 올라간 우유 거품이 만들어 낸 예쁜 하트와 나뭇잎 그림이 좋다. 커피 머신과 라테 거품기 구입해 잘 사용 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에 대해 고민하고 신경 쓰게 된다. 무엇보다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 애쓰고 있다. 아이들의 칼슘을 책임지던 우유는 이제 우리 중년 부부의 식탁에 자주 오른다. 약간의 수고를 더하면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우유다. 정보를 찾다 보니 이스탄불의 대표 음식인 카이막도 가능하겠다. 집에 가는 길 카이막을 위한 우유도 사 가는 것으로.


그릭요거트
과일요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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