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테이블을 좋아한다. 이사할 때마다 제일 먼저 테이블 위치와 공간을 생각한다. 이번 집으로 이사하기 전, 처음 빈집을 방문했을 때 '오예!'를 외쳤다. 부엌 옆 식탁 공간이 생각보다 넓게 비어 있었다. 부엌을 마주한 공간은 거실과 연결 지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실에는 키 높은 책장을 세 개 연결해 놓고, 맞은편에 4인용 소파를 놓았다. 책장 바로 앞에는 2인용 둥근 테이블을 놓고 카펫을 깔았다. 소파 옆에는 1인 의자와 장 스탠드를 놓았다. 거실은 그게 전부다. 이어지는 다이닝 공간은 6인과 4인 테이블을 연결해, 벤치 의자와 1인 라탄 의자들을 넣었다. 10명 넘게 넉넉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4인 테이블은 신혼 때 구입한 것으로 흰색이다. 쌍둥이가 태어나자, 5인 가족이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파스텔톤 타일이 가득 덮인 6인용 흰색 테이블을 들였다. 다시 이사하게 되면서 8인용 긴 테이블로 새로 바꾸고 싶었지만, 처음 이 공간을 보자 테이블 두 개를 연결 짓자고 마음먹었다. 4인 테이블 모서리에 오래된 흔적들이 있다. 회색빛 깔끔하고 작은 레이스가 달린 테이블보를 감싸놓으면 감쪽같다.
이사가 잦아매번 다른 구조의 집이었지만, 손님들을 맞을 때마다 그렇게 두 개 테이블을 길게 연결했다. 손님들이 돌아가면 다시 분리해, 작은 테이블은 테라스에서 내 책상으로 사용했다.
다이닝룸은 이번 새로 이사한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언제든 손님이 오면 한 자리에서 식사와 차를 나눌 수 있다. 책을 들고 앉으면 나만의 카페 테이블이 된다. 특히 저녁 시간, 집안 모든 등을 소등하고 테이블 전등만 비추면 분위기는 그 어디보다 멋지다.
결혼 후, 처음에는 친정어머니가 준비해 주신정사각형 교자상 두 개를 붙여서 손님을 맞았다. 아이들 돌 때 그 위에 밥상을 차렸고, 친척들이 방문했을 때도 창고에서 두 개 상을 꺼내왔다. 20여 년 전이니, 특별한 날에는 당면을 삶아 잡채를 무치고, 불고기를 재워서 볶았다. 때론 하루 전날 밥통에 식혜를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손님맞이는 안주인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하는 복잡한 일이다. 요리와 메뉴 세팅, 청소와 정리 그리고 서비스 정신까지도. 종갓집 맏며느리 아니라 다행이다. 나는 그냥 맏며느리다.
세월이 흐르면서 요령도생겼다. 바닥에 앉는 좌식 스타일이 불편했다. 의자 생활을 주로 한 두 아들은 양반다리를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바닥에 앉아야 할 상황이 되면 엉거주춤 자리를 넓게 차지한다. 전통 문양이 새겨진 밥상이 고장 나자 과감하게 처분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주로 사용했다. 테이블마다 채워진 여러 모양 라탄 의자는 리퍼 상품으로, 하나씩 구매했다. 하얀 테이블과 잘 어울리는 의자인데, 손님들이 올 때마다 기분 좋게 사용한다. 넓은 테이블과 다양한 라탄 의자는 우리 집만의 홈카페 분위기를 멋지게 만든다. 의자만 바꿔도 부엌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손님을 맞이하는 요리도 바꿨다. 좀 더 가볍고 부담 없는 식사를 준비한다. 손님을 초대할 때는,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메뉴를 구성한다. 두세 가지로 메뉴를 짜놓고 반복하는데, 조금은 쉽게 느껴진다. 한식으로 준비할 때면 불고기나 수육으로 주메뉴를 두고, 쌈 야채를 준비하면 푸짐하게 식사할 수 있다. 봄에는 비빔밥, 겨울에는 호박죽으로 한 그릇 음식을 준비하고 과일과 차를 다양하게 준비하기도 한다. 상다리 부러지는 식사는 이제 멈췄다. 안주인도 대화에 들어가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어야 모임이 더욱 즐겁다.
조금 젊은 여자 손님들이 오게 될 때는 팟틀럭을 권하고 싶다. 집주인은 메인 요리 한 가지와 샐러드 그리고 음료를 준비한다. 집에 오는 손님들은 자신이 잘하는 요리를 한 가지씩 준비하거나 주문한다. 그래서 다양한 요리를 함께 나누면 된다. 손님들이 들고 오는 요리는 2~3인분이면 충분하다. 일곱 명이면 일곱 가지 요리로 풍성한 식탁을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우리 집에서 젊은 여성 친구들과 팟틀럭을 했다. 그네들은 손가락으로 미리 주문한 음식들을 우리 집 현관에서 뜨거운 요리로 건네받았다. 따뜻한 로제 떡볶이, 족발, 김밥, 치킨 배달이 계속 이어졌다. 공간과 디저트만 준비한 나는, 마음 편히 그네들과 대화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때로는 근처 맛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에서 차 한 잔에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좋다.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집으로 초대해 보길 바란다. 안방과 작은 방은 문을 닫아두라. 화장실과 대화 나눌 공간만 잘 정리해 두고, 서로예의를 지켜 주면 충분하다. 나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훨씬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다.
매번 넓고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방문한 이들은 마음 편히 잘 쉬고 갔다. 손님들이 집을 방문하게 되면, 집을 전체적으로 청소하고 정리할 수 있어 좋다. 공간에 대한 인테리어 감각도 늘어간다. 오히려 내게는 플러스가 되었다. 손님을 맞이하려다 보면 요리와 정리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 수고와 함께 발전도 오는 것이다
최근에 가장 효과를 봤던 인테리어는 꽃에 대한 것이다. 작은 물컵에 꽃머리가 뚜껑처럼 덮어지는 길이로 짧게 잘라 식탁에 놓았다. 식사하는 내내 멋진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섯 개의 키 낮은 물컵에 담은 꽃은 손님맞이가 끝난 후에도 화려한 집안을 만들어주었다. 일주일 내내 꽃병을 모듬어도 두고, 흩어도 놓아서 예쁜 공간이 되었다.
봄부터 지금까지, 텃밭을 가꾸면서는 들꽃을 따온다. 매번 한 두 개씩 따오는 들꽃은 테이블을 더 예쁘게 만들어 준다. 봄에는 개양귀비를 꺾어왔고, 여름에는 작은 국화 종류와 내 밭에서 자라난 메리골드를 꽃병에 꽂았다. 가을이 되니, 코스모스와 들국화도 데려온다. 꽃범의꼬리도 하나씩 꽂아두면 제법 분위기가 좋다.
우리 집 제일 멋지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두 테이블은 언제든 손님을 맞을 수 있다. 흔적을 덮어 줄 테이블보도 여러 개다. 꽃병을 채워줄 들꽃이 사방에 있다. 손님이 올 때면 간단한 요리와 음료를 준비하고, 즐겁게 나눌 대화를 먼저 생각한다. 넓은 테이블에서 웃음이 넘치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