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세 줄 일기

그래도 참 감사합니다

세줄일기 7

by Jina가다


타이어 교체를 기다리는...


“기분 나쁘게 했던 사람을 생각하다가 출구 모서리에 타이어를 찢었네요.”


“더 미우시겠어요.”


“괜히 미워하다 그랬죠 뭐,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죠.”

자동차를 뒤에 엮어 끄는 레카를 타고 가면서 젊은 기사님과 얘기했다. 타이어 가게까지 가는 동안 침묵이 불편해 아무 말이나 편해지도록 꺼냈다.

“이렇게 타이어가 찢어져 버린 건 처음이에요.”


“도로 모서리에도 찢어지니 조심해서 운전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스페어타이어를 차에 싣고 다니지 않으니 타이어 가게로 가야죠. 이 가게는 가 본 적 있으신가 봐요.”


“남편이 타이어를 전체적으로 갈아 끼운 적이 있어요. 가격을 알고 있기도 하고요. 가까워서 다행이죠.”


“하긴 이 마을에는 거기밖에 없어요. 제가 이 동네에서 자랐거든요. 모두 논밭이었어요.”


“진짜 시골인 거네요. 하하”


“그래도 많이 변한 거죠.”



도로변 작은 타이어 가게로 향하면서 시골 살이를 확인받는 순간이었다. 집 근처 쇼핑할 곳은 다이소와 하나로 마트 그리고 아파트에 딸린 제법 큰 마트. 괜찮다고 생각했다.

성인 된 아이들도 이곳에 오면 학원과 문화적 공간들을 찾아 도시로 도망한다. 일주일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과 부산으로 돌아가는 자녀들을 보며 그저 웃었다.

“여기서는 도저히 못살겠어요.”

귀에 들린 말이 괜찮던 마음을 흔들었다. 평화롭고 멋져 보이던 아파트 창밖 풍경이 촌스럽게 보였다.

친절한 카페 점장님과 인사를 나누며 흔들린 마음을 다시 붙든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란 빨대로 쭉쭉 들이키며 잠시 앉았다. 스피커에서는 재즈풍 크리스마스 캐럴이 흐른다. 카페 매장 안에서는 도시인지 시골인지 구별 안 된다. 검은 니트와 청바지에 스웨이드 부츠로 멋지게 꾸미고 나왔다. 화장도 예쁘게 되었고, 노트북도 멋지게 펼치고 앉아 넓은 책상을 사용한다. 시골에서도 누리는 커피 한 잔의 멋진 시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리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선택한 것이 있으면 아쉬움을 접어야 한다. 매일 아침이면 산봉우리 사이로 붉게 뜨는 태양을 멋진 영상처럼 구경한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면 핑크빛 노을을 사진에 담는다. 창밖으로 펼쳐진 논밭의 계절 변화는 엽서 사진처럼 예쁘다. 봄부터 초겨울까지 심고 거둔 텃밭 농작물은 수많은 감정과 교훈을 주었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버리고 도시로 갈 생각은 아직 없다. 내게 주어진 감사를 더 찾자. 불편하고 부족한 것들은 다른 것들로 채우고 감사하자.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마음은 듣고 본 것에서 시작한다. 보고 듣는 것에 주의하고 정돈하련다. 감사를 찾고, 만족하는 일상을 다시 연습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그냥 그렇게 인정하는 것도. 오전에 기분 상하게 했던 전화는 무시한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감당할 수 있는 부탁만 수락하자. 할 수 없는 간섭과 부탁은 부드럽게 거절도 잘하자고 다시 마음먹는다.

타이어 사고가 작아서 감사하고, 빨리 도움 준 남편이 감사하고, 타이어 교체가 빨라 감사하다. 음악이 신난 카페라 감사하고, 시원한 커피 한 잔으로 달래진 마음 감사하다. 마음을 스스로 조절하고 달랠 수 있는 오늘이라 참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도 감격한 일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