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든든한 뒷배

3. 사랑

by Jina가다

내 편이 있었다는 사실을 평소에는 잘 모른다.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느낄 때에야, 그 자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뒤늦게야 알게 된다.


화요일 오후 두 시가 되면 들르는 카페가 있다. 그곳에는 언제나 호랑무늬를 등에 덮은 황토색 고양이가 출입한다. 입장하는 손님들의 뒤를 따라 가게에 들어오고, 퇴장하는 손님들의 앞을 차지해 밖으로 나간다. 아무렇지 않게 민트색 천의자에 올라 낮잠을 자거나, 손님들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세상을 구경하는 녀석. 이곳을 찾을 때마다 우리는 마주쳤다. 손발은 까만 털로 꼭 검정 신발을 신은 듯하고, 몸통은 호랑이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줄무늬가 자연스럽고 두툼하다.


바로 옆 빈 의자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더니, 소리도 없이 온몸으로 좌석을 차지한 생명체. 다리를 들어 털을 정리하더니 앞발을 들어 발가락 사이사이를 핑크빛 혀로 정성껏 닦아낸다.

그 모습이 예뻐 보였는지, 짐을 챙겨 나가려던 히잡 쓴 여성이 한참이나 녀석을 바라본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자 고양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웃음을 참으며 곁눈질 중. 호감과 애정은 말 없어도 전해지는 모양이다. 눈빛과 손길, 그리고 공기로도.


요란하게 짖어대는 개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윤기 나는 갈색 털 강아지가 세련된 여주인 품에 안긴 채, 고양이를 향해 당당하게 짖어댄다.

강아지의 컹컹거리는 소리 아래에서, 호랑무늬 고양이는 가만히 바닥에 앉아 순한 눈을 뜨고 있다.

'편이 없다는 건 서러운 일이네.'


얼마 전, 한국으로 귀임하는 이의 강아지를 입양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 한 살 된 암컷 몰티즈 '송이'는 여러 인연을 거쳐 지금의 가족을 만났다.

나도 맡아줄 수 있느냐 질문을 받았지만,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뒤로 송이는 인심 좋은 육십 대 한인 부부의 딸이 되었다. 말로만 듣던 송이의 특혜를 직접 확인하니 웃음이 자꾸 새어 나왔다. 입양 세 달째라는 두 번째 엄마 얼굴에는 개육아로 얻은 행복한 주름 하나 얹혀 있었다.


“이 녀석은 길을 잘못 들였는지 사료를 안 먹어요. 매번 고기를 요리해서 섞어줘야 해요. 그런 데다가 입도 짧네.”

냉동실에 숨겨두고 먹던 한국산 닭똥집도 이제는 송이 차지라며 헛웃음을 짓는다. 매일 공원 산책을 하다 보니 통통하던 뱃살도 쏙 들어갔다며 동행한 이가 웃으며 거들었다.

아직 철부지라는 송이. 헝가리에서 들여왔다는 고급 소파를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밤이면 아빠 옆자리를 차지해 잠을 잔단다. 간식을 몰래 먹인다는 개 아빠와, 그런 모습까지 사랑스럽다며 설명해 주는 개 엄마. 이 따뜻한 집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쩔 뻔했을까.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다. 동물에게까지 특권이고, 안정감이며, 세상을 대할 힘이다. 공원을 산책하며 겁 없이 고양이를 쫓아다니는 송이의 뒷모습. 유난히 당당해 보인다. 곁에 호위하는 이가 넷이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랑은 든든한 뒷배다. 부족함조차 예쁘게 바라봐 주는 눈이다. 부재를 느끼지 못하도록 조용히 채워주는 힘이다.


호랑 고양이씨




"아마, 그래서였을 거다.

훗날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왔을 때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 답한 것은."

김애란 『비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