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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Jul 10. 2021

두 발로 걸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매일 걷는 사람

오늘도 8 천보를 걷기 위해 땀을 흘려야 했다. 온종일 바쁘고 시간이 없는 날 택하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노트북을 눈높이에 고정시켜 해리포터 원서를 펼치고 오디오북을 1.2배속으로 재생시킨 후 매트 위에서 제자리걸음으로 부지런히 두 팔을 휘저으며 걸었다. 한 챕터를 읽으면서 50여분을 걸어도 6 천보이다. 나머지 2 천보를 채우기 위해 마트로 향한다. 신호등을 건너고 대형마트 매장을 돌면서 간단한 과일과 야채를 구매해 집으로 돌아왔다. 9 천보... 오늘도 인증 샷을 단체 채팅창에 보내며 약속을 지켰다.


8 천보 걷기는 작년 9월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시작되어 외출이 줄어들고 식사와 수면이 불규칙해졌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욕심이 과해지면서 면역이 약해졌다. 게다가 갱년기의 초기 증상들이 발현하면서 대상포진 증상들이 나타났다. 간호사인 동생에게 문의한 덕분에 병원을 방문해 조기에 치료하고 완치되기는 했지만 한 달간의 치료와 휴식 기간을 갖었다.


대상포진과 건강악화를 겪으며 건강하지 않으면 중년 이후의 삶이 엉망이 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모든 것에 무리가 되지 않고 매일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다가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게 되었다. 하정우 그는 걷기에 미쳐 관광지인 하와이까지 가서도 걷는 사람, 일부러 걸어서 먼 길을 퇴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책을 통해 '걷기'를 전도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9월은 걷기에 딱 좋았다. 매일 아침 집 근처 천변을 걷고 때로는 바다와 산을 걸었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들이 너무나 많다. 멋진 관광지를 관광하며 걸을 수 있는 코스들을 따로 정해 놓고서 다양한 걷기를 했다.


집 근처 온천천 공원은 이른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냇물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은 일주일에 한 번 사용하는데 왕복 8 천보가 되는 길이다. 돌아오는 길 중간에 작은 카페에 들러 30분 정도 책을 읽고 돌아오는 시간들은 너무나 행복하다. 송정 해수욕장과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은 해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좋다. 영도의 흰여울길은 이른 아침과 저녁에 방문하면 한가한 산책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부산시민공원은 호수를 중심으로 걸으며 자연을 구경하고 편백나무 숲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누릴 수 있어 좋다. 부산은 걷기 좋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더 많은 걷기 코스들을 찾으려 한다.


걷기를 시작한 이후로는 운동화를 즐겨 신게 되었다. 외출용 흰색 운동화는 치마에도 잘 어울려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걷기용 운동화는 언제든지 걸을 수 있도록 자동차 트렁크에 항상 넣어둔다. 굽이 높고 모양이 예쁜 구두를 선호하던 나는 운동화를 가장 즐겨 신게 되었다. 급한 일이 아니면 걷거나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어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은 걷는 시간들을 즐긴다.

혼자 걷기가 아니기에 지금까지 가능하게 된 일이다. 작년 12월부터 걷기 모임을 알게 되었다. 이름도 예쁜 '사뿐사뿐'이다. 블로그를 통해 모집글을 읽고 난 후 전국에 사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목표 걸음수도 다르고 걷는 장소도 다르지만 건강한 일상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계단을 오르내리고 눈이 오는 날에는 집에서 걷기를 했다. 7월 모임 모집글에 또다시 지원하면서 8개월 차에 접어든다. 얼굴도 모르는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나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함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함께 함의 힘을 의지해서 매일 걷게 되었다.

매일 8 천보 걷기를 하면서 꾸준히 변화되는 나를 보았다. 본래 걷기를 싫어하고 오랜 시간 걸을 수 없는 허약한 나 자신이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의 손에 끌려 항상 의지하며 뒤쳐지던 내 모습은 어느새 변화되었다. 2시간 이상을 거뜬히 걸을 수 있는 체력이 되었다. 산책으로 만족하는 걷기는 이미 운동하며 땀을 내는 체력단련의 도구가 되었다. 걷기를 위해 일부러 집 밖으로 나가면서 자연을 관찰하게 되고 활기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 걸으면서 덤으로 얻게 되는 멋진 장면들은 사진으로 담는다. 걸으며 찍어보는 나의 두 발 사진은 걷는 곳을 추억하게 한다.



매일 걸으며 나는 생각한다.

'두 발로 걸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걸을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합니다~!


이번 주도 매일 8천보를 걷다. 함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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