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에도 멋진 중년으로 살아간다

나를 격려하는 혼잣말

by Jina가다

거울에 비친 낯익은 중년의 여인은 엄마의 모습과 비슷하다.

눈 밑에 검버섯이 내려앉고 이마에는 주름이 보인다. 민소매 옷을 입기에는 날렵하지 않은 어깨선이 눈에 거슬려 카디건을 겹쳐 입는다. 꽉 조인 브래지어와 밴드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살이 어색하기만 하다. 새치머리는 염색한 지 한 달이 되어 모발 뿌리가 희끗거린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던 마법의 시간은 이제 세네 달에 한 번씩 찾아온다. 떠나가는 젊음의 신호가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요즘은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라 부른다는데 내 입에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어색한 말이다.


1년 전부터 찾아온 건강 이상과 신체의 변화들은 전혀 다른 나를 만나는 듯 어색하기만 하다. 몸을 고되게 한 공부 탓인지 이명 증세로 한 달간 약물 치료를 받았다. 그 이후로는 수면과 운동에 힘쓰고 커피를 줄이려 하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겪게 된 대상포진에도 당황스러웠다. 잘 쉬고 먹으면서 운동하라는 의사의 말을 따르려 한다. 건강하지 못하면 하고 싶은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세월을 보냈던 나에게는 당황스럽고 두려운 시간들이었다. 다행히 모든 상황들이 호전되고 아픈 곳을 조속히 치료하면서 정상적이고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서 듣게 되는 암 발병 소식과 갱년기 증세는 중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두렵기만 했다. 무기력해지고 걱정이 많아진 삶들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오히려 아픈 몸을 이끌고 생계의 무게를 견뎌내는 친구들이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기도 했다. 어디에서든 꼭 필요한 존재로서 대가를 지불받으며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는 일상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 같다.


갱년기를 주제로 대화하다 보면 겪은 이들은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증상들을 열거한다.


“등골에서부터 식은땀이 훅 올라와. 하루에도 몇 번씩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데...”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열이 확 올라와... ”


“잠을 잘 때도 이불을 덮었다 걷었다 하느라 방 온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다 귀찮아...”


“신세 한탄을 하다 보면 서글픈 생각들이 들어...”


“에고, 그건 초기 증세고 좀 있으면 밤에 잠이 안 와. 머리만 대면 쉽게 잠들 던 내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한 마디씩 나눠주는 정보들이 하나씩 내게 증상으로 나타나면서 달라진 상황들에 부지런히 적응하며 인정하고 있다.


“사춘기가 무서울까, 갱년기가 무서울까?

아들아 갱년기가 사춘기를 이긴단다. 난 무서운 갱년기이니 건들지 마라~!!”


아이들의 사춘기가 극에 달했을 때 농담 삼아 사용했던 그 무서운 갱년기의 터널 초입에 내가 서있다.


40대 중후반의 여성들은 난소의 노화로 폐경을 맞게 되면서 제2의 사춘기라 불리는 여성호르몬의 변화와 신체 변화 과정을 겪게 된다. 보통 1년간 무월경이 진행되면서 폐경 또는 완경이라 지칭하는데, 약 4~7년 전후를 갱년기라고 한다. 이때 여성들은 체중 증가, 심혈관 질환, 탈모와 우울증 등을 겪기도 하고 60~70프로는 빈번한 안면홍조와 발열 그리고 식은땀의 증상을 겪게 된다. 에스트로겐의 부족으로 뼈와 근육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변화된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오히려 부지런히 살다 보면 이겨낼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따라 그저 감당하려 한다. 옷을 얇게 입으면서 간단한 카디건을 준비하고 열이 오르면 선풍기를 작동시켜 몸을 식힌다. 두통이 일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가 되면 커피는 자제하려 한다.


가볍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포함해 세 끼 식사는 단백질을 빠뜨리지 않고 잘 챙겨 먹는다. 칼슘과 비타민 그리고 석류즙은 매일 체크하며 복용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아침과 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8 천보 이상을 걸으려 한다. 약간의 일과 공부 그리고 외국인 봉사의 일정들은 여러모로 삶에 활기를 얻게 한다. 한 달에 두세 번 친구들과의 만남은 소리 내어 많이 웃게 한다. 온라인상 영어독서와 성경 읽기 그리고 그림, 글쓰기 모임은 하루의 일과들이 일정하도록 도움을 준다.


적극적인 삶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인해 오히려 부지런한 중년의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나서 도울 일이 적고, 나를 위한 시간들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중년이 되면서 무기처럼 자리 잡은 꾸준함은 무엇보다도 내게 용기를 준다. 조금 늦고 힘겨워도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나 자신임을 알게 되었기에...




나는 갱년기에 처했지만 잘 걷고 있는 멋진 중년이다.

여름날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쏟아지는 장마의 축축한 공기 속에서도 글을 쓰며 이 여름을 즐기고 있다.

갱년기를 친구 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중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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