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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Oct 18. 2021

가을에는 경주여행을 추천합니다.

경주로 단풍구경 가요~.

도시가 온통 화려한 색을 입는 가을, 경주로 여행을 떠난다. 매년 가을이 되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서 배낭을 준비한다. 경주역으로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가도 좋고, 경주행 버스로 떠나도 좋다. 차를 운전해 간다면 경주의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어 일정을 좀 더 넉넉하게 잡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라면 경주시내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경주시내에서 보문호수까지 도로 옆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 볼 수 없는 곳이 경주라는 도시다. 손 씨 가문의 동네인 양반마을이나 경주 양남 바다까지 돌아보려면 1박 2일은 계획해야 한다.



경주에서 1년 살이 하는 동안 가을이 되면 매일같이 여행을 떠났다. 산과 바다 그리고 들로 가득한 경주는 옛 모습을 간직해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다. 문화재청 규제를 두어 건물 높이를 제한하고 관광도시의 명성에 맞게끔 도시청결과 화단의 화초들까지도 관리 감독한다. 끊임없이 발굴되는 문화재를 보호 및 보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경주에는 일 년에 두세 번은 꼭 들러보게 된다. 그중 가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곳이 있다. 노란 은행나무로 가득한 운곡 서원과 도리마을이다. 깊은 산골에 꼭꼭 숨어 있어 몇 년 전만 해도 경주시민들이 잘 모르는 곳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이 은행마을은 넓은 저수지 근처 마을 곳곳에 오랜 된 은행나무 군락을 갖고 있다.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 사이를 걷으며 온통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 은행잎을 밟는다. 노란 카펫을 밟으면 온통 노랗게 물든 다른 세상에 입장한 듯하다. 빨간 슬레이트 지붕과 고동색 나무에 매달린 홍시는 노란 바탕색과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머릿속에도 그려지는 은행마을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한참을 달려 경북 산림환경연구원으로 향한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환경연구원의 숲은 젊은이들이 촬영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흐르는 개울가 물든 메타세쿼이아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환상적인 장면들이 연출된다. 작은 개울 위로 만들어진 다리에서 가을 사진을 찍고 있노라면 유럽의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다. 어느새 포토 존에는 젊은 커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길게 다. 쓰러진 나무를 의자 삼아 앉고 멋진 숲과 시내를 배경으로 이렇게 저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하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다리를 건너서 길고 높게 늘어 선 플라타너스 길을 걷고서 통일전으로 이동한다.


 

은행나무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노란 물결의 도로를 내달리면 가을만의 감성으로 가득하게 된다. 은행 도로 끝에 위치한 통일전으로 들어서면 연못에 비친 새빨갛고 샛노란 단풍을 물속에서도 만난다. 잉어들이 단풍 속을 헤엄치는 환상적인 사진들을 찍을 수 있다. 잠시 걸어서 ‘신라의 달밤’ 영화를 촬영했다는 작은 호수 서출지를 걷는다. 오래된 정자와 함께 가을의 사색을 누린다.



 

 

경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불국사로 향한다. 주차장 아래 동산에는 봄날 왕벚꽃을 피었던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든다. 의외로 호젓한 산책길이 좋은 곳이다. 불국사의 정원에도 화려한 가을이다. 대웅전까지 이르는 다리와 길 사이사이에 가득한 빨강 노랑 나뭇잎들은 흑색 기왓장과 어우러져 멋스럽기만 하다. 한국의 건축과 풍경의 미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불국사의 가을 풍경이다.

 


경주 보문호수로 가는 길에는 멋스러운 전통 카페와 맛집으로 가득이다. 한우로 유명한 경주의 천년한우에서 뜨거운 갈비탕을 늦은 점심으로 먹는다. 바로 근처에는 출사 나온 이들이 즐겨 찾는 보문정에 잠시 멈추어 가을을 한 장면에 가득 담을 수 있는 사진을 찍어 본다.


 

보문호수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이면 고급스러운 가을 한 잔이 된다. 보문호수 스피커에서는 가을날에 어울리는 클래식과 재즈가 종일 흘러나온다. 한가한 날에는 한 시간이 넘도록 산책하는 곳이다. 물안개 이는 아침과 석양이 멋진 저녁 산책길로 자주 걸었던 길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가을 길은 낭만이다. 호수 주변으로 들어선 호텔들과 맛집들은 경주관광을 한층 더 즐겁게 한다.


 


보문호수를 벗어나 경주시내로 향한다. 시간이 있다면 가을꽃을 보러 식물원과 버드파크에 잠시 들렀을 텐데 말이다. 모서리가 없이 아담한 첨성대를 지나 석빙고를 둘러보고, 반월성의 언덕 산책길을 걷는다. 아래로 이어진 길을 따라 고목으로 가득한 계림 숲을 한 바퀴 돌아 대릉원으로 향한다. 돌담길로 둘러싸인 왕의 무덤들은 푸른 하늘과 붉은 단풍나무 그리고 멋진 소나무들 가운데서도 위풍당당하다. 목련과 배롱나무로 멋졌던 이곳은 가을날 온통 선명한 가을색들로 품격을 더해 멋진 곳이 된다.


 

대릉원 근처에서 쌈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간식으로는 경주산 단팥이 가득한 경주빵을 한 입에 가득 채워본다. 그리고 찰보리빵과 함께 관광지의 선물로 구입한다.


 

지금까지 아껴둔 마지막 장소로 향한다. 안압지라 이름 했던 동궁과 월지가 첨성대 근처에 위치한다. 동궁과 월지는 해가 떨어진 밤에 보아야 더욱 멋진 곳이다. 경주의 명소들은 조명을 뛰어나게 배치한 덕에 곳곳에서 멋진 야경들을 구경할 수 있다. 달이 뜨고 동궁이 선명하게 비치는 월지를 한 바퀴 돌며 걷는다. 월지를 따라 숲길을 걷다 보면 드라마에 가끔씩 보이는 왕의 야간 산책을 경험하는 느낌이다. 호수에 비친 달과 건물의 그림자는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물 위에 그대로 비치는 장면을 함께 사진을 찍으면 그 누가 찍어도 멋진 작품이 된다. 20분 정도의 시간을 기꺼이 들여 가을밤 동궁과 월지의 산책길을 누려보길 추천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쉽다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황리단길로 향한다.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장소인 황리단길에서는 경주만의 특별한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통적인 건물에서 맛보는 음식들과 음료를 누릴 수 있다. 낮에 들렀다면 전통 한복을 대여해서 사진을 찍으러 다녔을 것이다. 사진관과 독립서점 그리고 관광 상품들도 구입할 수 있는 멋진 거리이다.


 


이젠 정말로 아쉬움을 접고서 신라의 달밤을 떠난다. 하루 종일 경주의 가을을 한껏 즐기고 간다. 아쉬움이 남는 경주의 바다와 산은 다음 기회에 또다시 떠나보기로 한다. 어서 은행이 물드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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