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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Oct 19. 2021

중년을 위한 가을의 노래들...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헌정'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10월이 되면 간지러운 목소리에도 풍성한 성량의 묵직한 노래에도 가슴이 울린다. 바람에 쓸려가는 낙엽에도 가슴이 시리고,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색한 슬픔들이 밀려온다. 하지만 가끔은 설렘을 끌어올리는 것조차도 지치고 힘든... 나는 중년이다. 자연스럽게 사라져 가는 낭만적인 감성이 아쉬워서일까... 그래서 매일 조금씩 애써 노력 중이다.


 

음악만큼이나 메마른 감성을 다시 적셔줄 좋은 도구는 없을 것 같다.


멜로드라마가 그려질 것 같은 가사가 들려올 때, 아름다운 선율이 흐를 때면 가슴 한편에 눈물이 난다. 가을이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모든 것은 내게로 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

 


가을날 아이유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그의 의미’를 생각해보곤 한다.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나란히 걸어온 내 짝꿍의 의미를 매년 업그레이드시키는 중이다. 그를 마주해도 심장이 너무나 딱딱해진 날이면 멜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씁쓸해질 때면 이렇게 달콤한 노래를 재생시켜본다.


 

10월의 추운 날 결혼식을 올렸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우 씨는 찬바람에도 신부를 위해 슈만의 ‘헌정’을 연주했다고 한다. 다음 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친 그는 앙코르곡으로 결혼식에 연주했던 ‘헌정’을 요청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부만을 위해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며 거절했다. 가을날에 어울리는 ‘슈만과 클라라의 이야기’ 그리고 ‘헌정’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9살 연상인 신경쇠약의 노총각이었던 슈만은 촉망받는 20세의 피아니스트 클라라를 얻기 위해 스승이었던 장인어른을 상대로 법적 호소를 통해 결혼을 허락받게 되었다. 1840년 결혼식에서 슈만은 당시 유명한 시인들의 걸작 시 26개에 곡을 붙여 ‘미르테의 꽃’이라는 가곡집을 클라라에게 선물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독일 시인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첫 번째 곡 ‘헌정’이다.


 

그대는 나의 영혼, 나의 심장이요

그대는 나의 기쁨, 나의 고통이며

그대는 내가 살아가는 나의 세계이자

그대는 내가 날아오르는 하늘.

 

그대는 나의 근심을 영원히 묻어버린 무덤,

그대는 나의 안식, 마음의 평화,

그대는 하늘이 내게 주신 사람

그대의 사랑이야말로 나를 가치 있게 만들고

그대의 시선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네

그대의 사랑이 나를 드높이니

그대는 나의 선한 영혼이요 나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이여‘


 

음악사에 등장하는 가장 열렬한 이 사랑 이야기는 여러 모양으로 회자되는 전설이 되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슈만과 클라라의 이야기는 수많은 역경과 고통들이 함께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는 이유는 클라라 슈만이 멋진 인생으로 스토리를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정신병을 얻게 된 남편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일화들은 아름답게 전해진다.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70세가 넘는 날까지 피아노 연주와 교수직을 겸하면서 고전적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버팀목이 되었다. 젊은 날에는 자신을 희생했었지만 남은 인생에는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한 그녀의 모습이 멋지다. 훗날 독일의 화폐에도 그녀의 초상이 새겨진 영광을 얻기도 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내게 속한 사랑도 더욱 소중히 느껴진다. 우리가 시작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사랑의 고백들을 다시 기억해본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그를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중년의 사랑은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이다. 이마에 각인되어가는 주름과 모래를 흩뿌려놓듯 조금씩 늘어가는 기미에도 예쁘다 말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그래서 나도 그의 가늘어지는 머리카락과 늘어가는 뱃살에도 멋지다 말해준다. 진실이야 어찌 되었든 핑크빛 색이 입혀진 안경을 하나씩 쓰고 사는 것이 우리 부부의 인생에는 즐거움을 준다.

“여보, 당신은 돋보기도 잘 어울리네요.”

“오늘은 귀걸이도 블링블링, 예쁘게 화장했네. 이쁘네~”

옆에서 듣고 있는 아들의 변함없는 표정을 뒤로하고 사랑을 고백한다.


“아직도 그렇게 좋으세요?” 묻는 딸에게 답한다.

그럼~. 그리고 노력 중... 결혼하면 서로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거야.”


 

아이들을 낳고서 육아로 인해 지치고, 잦은 싸움으로 콩깍지가 벗어질 때마다 결심했었다. 콩깍지를 다시 뒤집어쓸 수는 없으니 색안경을 맞추자고... 언제나 예쁘다고 습관처럼 말해주는 남편에게 배운 팁이다.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들을 나도 따라서 내뱉으며 세뇌시킨다. 그는 사랑스럽고 멋지고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의 한마디가 내게 언제나 큰 의미가 되기를, 그의 눈빛도 모든 것도 내게 궁금함과 관심이 되기를... 노랫말처럼 바라본다.

 

 

그대의 사랑이야말로 나를 가치 있게 만들고

그대의 시선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네 ‘

 


나도 따라 불러본다. 나의 그대를 위한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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