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후회되는 말들과 행동들은 가끔씩 선명한 자국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른 아침이면 어제의 부족함과 지나가버린 아쉬움으로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가을날은 상념이 많고 고민이 많아지는 날들이기도 하다.
인생의 가을에 서 있는 지금 중년인 나는, 더욱 성숙한 자가 되게 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 저를 좀 도와주시어요!
하나님, 감사하게 하소서.
자녀들의 작은 선물에도, 내게 주어진 적은 기회에도, 부족하게 보이는 상황들에도, 두 손에 놓인 가벼운 보상에도 감사함을 넘치게 표현하게 해 주세요. 불평이 많은 어른이 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하나님... 따뜻한 미소로 작은 것에도 고개 숙여 감사를 말하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용서하게 하소서.
머릿속으로 의도를 파헤치지 않고, 오래된 섭섭함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않고, 소심한 복수로 즐기지 않고, 마음으로라도 욕하지 않고 용서하게 해 주세요.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어른이 되는 일은 비추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떨려옵니다. 하나님... 먼저 손을 내밀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겸손하게 하소서.
말하기보다는 들어주게 하시고, 주도권을 잡기보다는 격려하고, 자랑이 아닌 나눔으로 돌리게 하소서. 가르치려 하지 않고 겸허히 배울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치켜든 턱과 내려 보는 시선을 갖게 될까 두렵기만 합니다. 하나님... 누구와도 마음을 열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용기를 주소서.
지내온 경험들로 단정 짓지 않고, 내 생각들로 둘러 포장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들에 한 발 짝 내딛는 힘을 주세요. 뒤로 빼는 발과 주춤거리며 꼭 쥐고 있는 손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하나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상에도 도전장을 내미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나를 사랑하게 하소서.
혹시나 기도한 모습으로 변화되지 못해 불평이 일고, 용서하지 못할지라도 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때로는 교만해지고 때로는 겁쟁이가 되어 어른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지라도 저를 불쌍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하나님께서 있는 그대로 저를 사랑해 주시는 것처럼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