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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Oct 16. 2021

중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나태주 시인은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지만...


나는 ‘하나님 그러시어요’라고 기도하려 한다.





 

오늘처럼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슬그머니 작아진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늘이 너무 맑아 구름마저 형태가 선명한 날에는 죄책감으로 부끄러느껴진다.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후회되는 말들과 행동들은 가끔씩 선명한 자국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른 아침이면 어제의 부족함과 지나가버린 아쉬움으로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가을날은 상념이 많고 고민이 많아지는 날들이기도 하다.

인생의 가을에 서 있는 지금 중년인 나는, 더욱 성숙한 자가 되게 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 저를 좀 도와주시어요!


 




하나님, 감사하게 하소서.

자녀들의 작은 선물에도, 내게 주어진 적은 기회에도, 부족하게 보이는 상황들에도, 두 손에 놓인 가벼운 보상에도 감사함을 넘치게 표현하게 해 주세요. 불평이 많은 어른이 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하나님... 따뜻한 미소로 은 것에고개 숙여 감사를 말하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용서하게 하소서.

머릿속으로 의도를 파헤치지 않고, 오래된 섭섭함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않고, 소심한 복수로 즐기지 않고, 마음으로라도 욕하지 않고 용서하게 해 주세요.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어른이 되는 일은 비추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떨려옵니다. 하나님... 먼저 손을 내밀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겸손하게 하소서.

말하기보다는 들어주게 하시고, 주도권을 잡기보다는 격려하고, 자랑이 아닌 나눔으로 돌리게 하소서. 가르치려 하지 않고 겸허히 배울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치켜든 턱과 내려 보는 시선을 갖게 될까 두렵기만 합니다. 하나님... 누구와도 마음을 열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용기를 주소서.

지내온 경험들로 단정 짓지 않고, 내 생각들로 둘러 포장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들에 한 발 짝 내딛는 힘을 주세요. 뒤로 빼는 발과 주춤거리며 꼭 쥐고 있는 손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하나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상에도 도전장을 내미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나를 사랑하게 하소서.

혹시나 기도한 모습으로 변화되지 못해 불평이 일고, 용서하지 못할지라도 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때로는 교만해지고 때로는 겁쟁이가 되어 어른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지라도 저를 불쌍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하나님께서 있는 그대로 저를 사랑해 주시는 것처럼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하나님, 그러시어요~~


비오는 가을 아침...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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