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대청소에도 교복만은 남겨두세요

학창 시절에...

by Jina가다

겨울 옷장을 정리하고 먼지를 쓸어내느라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아들 옷장을 정리하면서도 절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는 상자가 있다. 두 아들 교복을 간직해 둔 보관함이다. 사실 첫 아이인 딸의 교복을 경험한 이유다. 이사를 여러 차례 하는 동안 옷 정리하면서 대학생 된 딸아이 교복을 재활용 수거함에 고이 접어 넣은 일이 있었다. 다섯 명 옷을 보관하기에 비좁은 옷장을 비우느라, 나중 일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색깔과 디자인이 예쁘다고 평이 난 교복으로 넥타이마저도 예쁜 디자인이었는데.


대학 입학한 후 따뜻해진 어느 봄날, 딸은 교복을 택배로 보내달라고 전화가 했다. 4월 1일 만우절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서 친구들과 교정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었다.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앞이 캄캄했다. 사실대로 상황을 전달했다. 폰을 통해 전해오는 딸의 원망스러운 목소리와 발을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현실에 정말 큰 죄인 된 것 같았다. 결국 딸은 고등학교 동창에게 교복을 빌려 입고서 사진 촬영을 했다. 나중 보여주는 사진에는 각양각색의 교복들을 입고서 멋진 포즈로 봄나들이를 즐기는 신입생의 귀여운 모습들이 있었다. 그 이후, 대청소하면서 물건에는 손대지 말아 달라는 딸의 잔소리가 잠시 이어진다. 교복과 함께 예쁜 추억을 버린듯해서 미안한 마음이 그지없다. 나도 교복 입는 학창 시절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 전체적으로 교복 바람이 불었다. 교복 착용은 거침없이 빠르게 시행되었다. 모든 학생들이 모인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무대에서 교복 패션쇼가 열렸다. 동기들 중에 키가 크고 예쁜 친구들 네 명이 모델로 뽑혀서 각기 다른 디자인 교복을 입고서 모델처럼 걸었다. 예쁜 포즈를 취하면서 자신이 입고 있는 교복을 최대한 멋지게 보여주느라 애썼다. 교복 패션쇼를 구경하는 우리들은 새 교복을 입으면 모델 친구들처럼 예쁘게 변할 것 같은 상상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아이들 눈은 비슷했다. 실용성과 재질에는 전혀 상관없이 가장 예쁘고 날씬해 보이는 모델 옷에 투표했다. 역시나 진회색 재킷에 체크무늬 주름치마 교복이 선정되었다. 한껏 기대하며 교복 맞춤을 한 후 착용을 했는데 모델이 되어 준 친구의 모습은 아니었다. 멋쟁이 친구들은 교문 앞 복장 검사가 심한데도 상의 길이를 줄이고 치마 길이를 최대한 조절했다. 하교 시에는 허리를 한 번 접어 짧고 예쁜 미니스커트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나중 우리들 교복 상의는 낮잠 잘 때 이불로도 사용되었다. 그 예쁜 치마는 체육복 바지와 겹쳐 입어 웃지 못할 모양새가 되었지만 말이다. 교복에는 많은 추억이 묻어있다.


엄마는 항상 물을 뿌려서 구김이 없이 교복을 다려주셨다. 아빠의 와이셔츠와 우리들 교복을 매끈하게 다려 주셨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란 나는, 세 아이들 교복을 매일같이 세탁하고 다림질해서 아이들에게 입혀 주었다. 남편의 와이셔츠까지 합하면 매일 네 장 셔츠를 다림질한 셈이다. 다림질 지옥에서 벗어난 지금을 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다.


가운데 가르마 한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졸업 사진을 보고 있자니 고등학교 십 대의 시간들이 드라마처럼 지나간다. 이른 아침마다 엄마의 정성 가득한 도시락 두 개를 챙겨 들고 스쿨버스에 탔다. 등교 후 긴 지휘봉을 뒤로 붙잡고 면학 분위기를 만드는 선생님들과 공부했다. 석식 후 이어지는 야간 자율학습에도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때로는 11시 하교 시간을 넘어, 12시까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 후 하교했다. 교복을 입은 기간 동안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 내 고등학생 시간들은 교복 입은 모습과 함께 기억에 남아있다.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들들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남고 교복을 몇 년간 더 보관해 둘 셈이다. 고생스러웠지만 성실하게 잘 마무리한 십 대 시간들이 교복과 함께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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