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전역 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미 일하며 돈을 벌어 본 첫째와 셋째의 반응이 의외다.
“걔는 고생 좀 해 봐야 해요.”
“돈을 벌어봐야 아낄 줄도 알걸요”
첫째는 몇 년 전 해운대 해변 가장 멋진 위치에 있는 호텔 식당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 후 해수욕장 바로 앞 편의점에서 두 번의 방학기간 동안 일했다. 집 앞 칼국수 집에서도 일시적으로 유니폼을 입고 서빙을 했다. 1년간 호주에 다녀온 후에는 원어민 어학원에서 영어특강 수업을 했다.
유니폼 입고 호텔 귀빈들의 빈 그릇을 들어 올리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무례한 손님들을 경험하며 무거운 짐들을 나르기도 했다. 인심 좋은 칼국수 사장님 밑에서 식탁을 닦고 음식을 날랐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영어로 게임하고 수업하면서, 반을 운영하느라 수업 계획서를 매일 작성했다.
이력서를 채우고 면접을 보면서 아이는 도전하는 법을 배웠고, 많은 경험들로 자신만의 멋진 모습을 만들어갔다.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땀이 녹아든 통장 속 돈을 귀하게 여겼다. 다양한 경험들로 멋진 소개서를 작성한 아이는 지금 해외에서 공기업 인턴으로 근무하는 중이다.
자기소개서에 등장시킨 아르바이트 경력과 배운 점들이 눈에 띄었다. 딸아이는 자기소개서에 나온 대로 해운대 편의점과 영어학원에서 다시 와주길 바라는 연락을 계속 받았었다. 성실하면서도 좋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일을 마무리한 모습이 엄마인 내게도 멋지게 보였다. 불편하고 힘들었던 노동이 아이를 좀 더 겸손하고 성실하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남의 돈을 쉽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셋째는 서울로 진학 후, 학교 앞 소고기 식당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 서빙을 했다. 학교 선배 가게라 많은 배려를 받으면서도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허리도 아파보고, 손님들보다 더 낮은 자세로 섬기는 경험들을 했다. 본가에 내려오는 날에는 대신 설거지를 해 주면서 그런 얘기들을 꺼냈다. 제법 순서대로 설거지를 말끔하게 해내는 모습에 웃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은 뭉클함이 올라왔다. 고생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부모가 제공할 교육인 것을 생각한다,
아들은 부자 동네 개인교사로 어린아이들에게 체육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부모들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수업하는 것이었단다. 세 달 정도 두 가정을 방문하며 고수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아들의 스트레스가 큰 것 같아 멈추기를 권했다.
인라인 강사, 체육학원, 풋살 심판 등 본인 전공과 관련해서 다양한 돈벌이를 2년간 끊임없이 시도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멈추게 할까도 싶었지만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여러 차례 모른 척했다. 지금은 아파트 커뮤니티에 연계된 어린이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는 돈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는 중이다.
둘째는 아르바이트할 기회가 없었던 탓에 군 월급을 적금으로 모았다. 제대하기 얼마 전부터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살펴보더니, 집 앞 대형마트에 면접을 보고 두 달을 계약했다. 마트에 임시직원으로 잠시 입사하는데도 이력서에 사진과 이력을 기입한다. 그리고 면접을 통해 시간과 기간을 조정하고, 인터넷으로 하루 동안 교육과 시험을 치른다. 아들의 수다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아들은 매일 아침 7시 반까지 집 앞 마트로 출근한다. 제대 직후 다음날부터 7시가 되기 전 알람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 아침식사를 한다. 주 5일간 몸으로 노동하는 아이에게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했다. 눈을 뜨자마자 아침밥을 꼬박꼬박 찾는 아들이다. 과일과 비타민까지 싹 비운 후 출근하는 아들을 보면, 무엇이든 더 챙겨주게 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서 대기시켜 주고, 잘 다녀오라는 출근 인사를 매일 건넨다. 처음에는 베란다로 뛰어가 멀리 보이는 아들을 눈으로 따라갔다. 사거리 신호등을 건너는 아들이 작은 점으로 사라지기까지 지켜보기도 했다.
오후가 되면 파김치가 되어 지쳐 돌아오는 아이다.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덜 힘들다지만 혹여 다치지 않을까 조바심에 묻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된 물건을 배송차량에 싣는 일을 하는데, 물과 쌀 등 온통 무거운 물건들이다.
“어머니는 저를 위해 이곳 마트에서 인터넷 주문하지 마세요.” 우스갯소리를 하던 아들이다.
빠짐없이 계약을 지키려 애쓰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아버지가 주신 것들을 많이 누린 것 같아요. 나중 저도 아이들을 낳으면 누릴 수 있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생하면서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해 본 아들의 마음이 예쁘기도 하다. 내년 어학연수 중 사용할 비용을 저축하는 아들 계획이 기특하다. 땀으로 바꾼 월급은 아까워서 어떻게 쓸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