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자 모양에 작은 큐빅이 박힌 귀걸이를 빼어 준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엄마 물건이 예쁘게 보인다니 그것도 즐겁다. 꽃 모양 펜던트가 달랑거리는 은 귀걸이를 빼고 엄마가 건네주는 금색 귀걸이를 얼른 착용하는 아이가 귀엽다. 핸드폰 거울을 비춰보며 만족스럽게 웃는 녀석 작은 욕심에 웃음이 난다. 아이에게 빼앗긴 두 번째 귀걸이다.
방학이 되어 집으로 내려온 딸아이는 캐리어 가득 빨랫감을 들고 왔다. 바쁜 일정 때문이었는지 빨래해 줄 엄마가 있어서였는지. 맘 편히 꺼내놓는 여름옷들 둘러보니 좋은 옷가지가 별로 없다. 용돈 아껴서 스스로 산 옷들은 원 플러스 원 저렴한 옷들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작은 일에 징징거리지 않는 딸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아이와 함께 쇼핑을 나섰다. 팔짱을 끼고 신난 딸의 모습에 기대를 채워주고 싶다. 예쁜 옷을 입혀주고 맛있는 음식도 먹여주리라. 아웃렛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입혀보고 함께 골라본다. 이것도 저것도 좋은 것으로 사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다. 디자인 독특한 블라우스, 날씬해 보이는 원피스, 고급스러운 재킷과 외투까지 큰 종이 가방에 채워진 옷들로 행복한 수다가 가득이다.
바닷가에서 먹는 칼국수와 공간이 넓은 유명 카페의 데이트 그리고 그리워하던 단골 매장의 팥빙수를 먹으며 수다는 계속 이어진다. 딸과 함께 하며 지갑은 얇아지지만 마음만은 무엇이든 채워주고 싶다. 엄마 마음은 이런 것이었어. 받았던 사랑을 고스란히 나눠주는, 엄마가 되었다.
가족의 일을 가감 없이 나눌 수 있고, 장래 고민을 공유하는 진짜 친구가 되어주어 감사하다. 언제 이렇게 어른 되어서, 오히려 엄마를 배려하고 돌보는 존재가 되었는지. 팔짱 끼고 걷다 보면 키 큰 딸아이에게 매달려 있는 모양새다.
때로는 아이의 작은 칭찬에 위로받고, 따뜻한 공감과 격려로 힘을 얻는다. 딸이 친구관계와 대학생활 고민을 상담 요청할 때면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느낌으로 행복해진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랑하고, 믿고, 기다려준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오래오래 좋은 친구로 남기 위해 또다시 사랑하고, 믿고,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퍼주는 것 같지만 사실, 많은 것을 오히려 얻고 있다.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최신 정보로 조언들을 얻는다. 다섯 명 가족 중 유일한 동성으로서 여성 입장을 대변할 때도 내 편에 선다. 부엌을 나눠 사용하면서 공간을 빼앗긴 듯 하지만, 특별한 퓨전요리와 요리법들을 익히게 된다.
어릴 적, 쌍둥이 동생 분유를 먹이고 울면 달래주던 딸아이다. 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금껏 가족 대화창 조율을 담당한다. 여행하며 어느 곳에 가든지 엄마를 위한 작은 선물은 빠뜨리지 않고 전달해 준 일들도 기억한다. 커피 원두, 스카프, 장갑, 귀걸이와 팔찌, 립스틱과 구두. 아이가 전달한 마음과 선물을 세어보며 소중한 마음을 다시 새긴다.
사춘기 시절 앞머리와 교복 길이 그리고 시간 사용에 대한 일들로 부딪쳤다. 치열하게 싸웠던 장면들도 스치면서 웃음이 난다. 우리 모녀는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부딪히고, 용서하면서 함께 자라난 것 같다. 아이도 어른이 되고, 엄마도 더 큰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
귀걸이를 내어주고, 지갑도 열어주고. 부엌조차 양보해 주어도 아깝지 않은 딸아이. 그녀가 친한 친구로 계속 남아주기를 소망한다. 내일도 마음 넓은 엄마 역할을 노력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