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맘, 다둥이 맘 모여라!

친구로 길게 가는 법

by Jina가다

"친구를 얻는 방법은
친구에게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다." -투키디데스-

진정으로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비슷한 일을 직접 겪어 본 사람들이다. 물론 다양하고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른 아침 카톡방에 문자들이 올라온다. “기도합니다.”
부산 와서 친구로 삼은 쌍둥이 맘, 다둥이 맘들이다. 4년 전 부산에 내려와 교회를 갔다가 쌍둥이 엄마들을 만나게 되었다. 남매 쌍둥이, 딸 쌍둥이를 가졌는데, 나 보다 한두 살 많은 언니들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한데 묶어지는 그 반가움에 서로를 격려하고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사춘기 자녀들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누고 위로해 주는 모임이 시작되어 감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네 명의 자녀를 큰 터울로 둔 다둥이 맘과 세 아이를 입양해서 총 여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 남매 맘이 합류해서 우리는 다섯 명 친구들이 되었다.



3년 넘도록 지속한 단체 채팅방에는 장문의 문자들이 오고 가지 않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식사하고 소풍 나가는 일은 서로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 주었다. 때로는 아이들의 말썽과 반항,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나누기도 하고, 남편을 향한 불만과 섭섭함을 내려놓기도 한다.

처음에는 솔직한 나눔보다는 연륜과 경험이 많은 언니의 가르침이 끼어들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배려한 보이지 않는 우리들만의 규칙이 자리 잡게 되었다.

'집안과 아이 일을 자랑하지 않는다, 서로를 가르치지 않는다, 나눈 얘기들을 밖으로 흘리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기 전에 캐묻지 않는다, 매일 스스로 정한 시간에 기도해 준다.'

엄마들과의 온라인 모임은 친근한 동네 카페에서 마시는 부드러운 커피처럼 코로나 시기에도 위로를 주었다. 만나는 날이면 세상 달달한 눈빛으로 서로 손을 잡아주고, 한 번 안아준다. 그것만으로도 큰 격려가 되는 친구들이다.


때로는 얘기 중에 눈물을 흘린다. 옆에서 더 격분하며 속상해하는 공감의 마음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힘들다 느끼던 내 마음도, 더 힘들게 버티고 있는 엄마들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위로를 얻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 중에서 내가 제일 쉽게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둥맘으로 불리기에 아이 셋은 가장 적으니 말이다.


다섯 명의 친구들이 모인 얘기 속에는 각각 다른 다섯 개의 세상이 있다. 아들을 낳기 위해 셋째 아이를 임신했는데 딸 쌍둥이를 낳아서 딸만 넷이 된 엄마의 세상에는 네 명의 공주들과 왕비 사이에서 고생하는 중세의 기사 같은 아빠가 함께 한다. 대학생 둘과 중학생, 초등학생을 둔 엄마는 변화가 큰 두 세대에 적응하느라 체력이 부족해도 키즈 카페에 종종 간다. 직장생활을 하는 두 아이와 남매 쌍둥이를 대학생으로 둔 엄마는 남매간의 다른 성향과 갱년기로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유쾌하다. 친구들 중 가장 나이 어린 나는 18개월 차이 나는 누나와 쌍둥이 아들들의 다양한 사춘기를 이제야 벗어났다. 가장 여리고 소녀 같은 육 남매의 엄마는 세 아이들을 다 키워내고 편할 수 있는 세상에서 새로 입양한 세 아이들의 사춘기와 전쟁 중이다. 우리는 다섯 개의 세상을 멋지게 그려가고 있는 다섯 명의 엄마들이다.



친구는 서로 닮아간다. 나는 육 남매 엄마의 차분한 음성과 어려운 중에도 버팀을 보고 배우는 중이다. 남매 쌍둥이 엄마의 유쾌함과 열정도 닮고 싶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틈틈이 플루트를 배워 멋지게 연주해 내는 좋은 욕심에 박수 쳐주고 있다. 터울이 많은 네 아이 엄마는 약한 체력에도 수많은 고초를 꿋꿋이 이겨냈다. 장애가 있는 시모를 모시고, 유치원을 운영하면서도 단단해진 그 마음이 오히려 위대해 보였다. 유머와 겸손함으로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을 닮고 싶다. 딸이 넷인 쌍둥이 엄마는 나이가 세 살 언니인데도, 항상 깍듯이 대해준다. 부유하면서도 철저한 절약정신이 몸에 밴 그녀의 습관을 따라 하는 중이다.




친구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택해야 한다고 했던가. 더 나은 모습을 보고 친구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친구들 속에서 나보다 나은 모습을 보고 배우는 중이다. 연륜과 고생도 많지만, 마음과 모습마저도 멋진 친구들 속에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다섯 개의 다른 세상을 각자 잘 가도록 오늘도 기도해 본다.
부산 사람이 아닌데도, 부산여행 최고 가이드라 칭하며 무조건 따라 주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넣어야겠다. 봄나들이 함께 갈 때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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