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가다 Jan 26. 2023

오십이 되면서...

아직 배울 길이 멀기에 책을 읽는다

오십이 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인생 절반을 지나온 길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다.

젊은이가 무언가 물었을 때, 대답을 잘해줘야 할 것 같다. 그가 살아가야 할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무게까지 가슴에 얹어진다.


아이들이 인생에 관한 무서운 질문들을 퍼부을 때면 가끔씩 겁이 난다. 때로는 반대의견을 머릿속에 준비하는 표정이 비치면 미리 한 풀 기가 꺾인다. 아이들보다 논리와 언변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할 때면 대화 박자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매번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유려한 말보다는 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것 그리고 짧은 조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된 아이들도 어른의 긴 잔소리가 아닌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의 옳고 그름을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자녀들을 통해 어른의 자리를 확인하고, 공부의 필요성을 새삼 느낀다.




오십이 된 나는 요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려 한다. 실수담이든 교훈이든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어른의 길을 걷도록 돕는 좌표를 찾으려 한다. 바삐 살다 보면, 여전히 걸어갈 길이 먼 인생임을 잊기 때문이다. 자꾸만 한 자리에 안착해 편안함을 누리려 한다. 때로는 젊은 인생을 가르치려 하고, 노인을 비판하려는 나를 만난다. 책 속에서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인생임을 깨닫게 된다.


매일 읽는 성경에서 삶의 방향을 묵상하고, 노익장들이 써 내린 인생의 이야기들을 통해 멋진 어른의 삶을 대비한다. 건강에 관한 책, 세상 돌아가는 정치와 경제, 세계사와 한국 역사, 미술과 음악에 관한 책도 가끔씩 끼워 넣는다. 소설 거의 읽지 않았지만 ‘쿵’하는 울림과 공감이 반가워, 가끔은 역사에 관련된 소설들을 읽기도 한다. 올해는 시 읽으려 한다.


김형석 교수의 <인생문답>에서는 백세의 높고 넓은 시야가 어떤 것인지 보았다. 백세를 살다 보면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처럼 인생을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나 보다. 부지런히 읽고 배우고 가르치다 보면 말이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에서 칠십이 다 된 할머니 작가의 거침없는 글을 읽게 되었다. 이혼과 암 투병 그리고 기억 감퇴를 겪으면서도 그녀의 글은 대담하고 유쾌하다. 노년이 되면 삶에 대한 정리뿐 아니라 고집이 아닌 소신이 필요함을 배우게 되었다. 육십이 넘어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세계사와 역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필요한 지식임을 느낀다. 미술과 음악은 작가와 작품을 자주 눈과 귀에 익혀두어야 누구와도 대화가 편하다. 풍성한 삶을 살고 있다 자족하는 데에도 가끔 도움이 된다.


작년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 <파친코> 그리고 읽는 중인 <작은 땅의 야수들>은 오디오북을 사용하면서 머릿속 그림을 그다. <파친코>에서는 주인공 선자와 엄마 양진의 마음속을 내 것 인양 들락거렸다.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혹독한 시절에도 기생, 독립운동가, 깡패, 혁명가 등 각자의 방법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았다. 당시 1917년, 3.1 운동부터 유신까지 서글픈 우리 민족들의 삶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중이다.


소설로 인해 가슴 아프고, 안타깝고도 저린 느낌은 자주 앓고 싶지 않다. 아주 가끔씩 마음이 너무 딱딱해져 냉랭할 때, 뜨거운 차 한 잔처럼 부으려 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미식가처럼 다양한 글의 세계를 욕심부리게 된다. 전자 책장 속에 많은 도서들을 모으고 분류하면서 벌써 다 읽은 것처럼 배가 부르다. 읽을 책이 많아서 좋기도 하다. 청소와 정리, 요리, 글쓰기, 건강, 심리학, 자녀, 독서, 여행, 영어... 세상에는 책 속에서도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좋은 책을 만날 때마다 한없이 낮아지고 작아진다. 아직 배울 길이 먼 오십이기에...


오십 대의 삶은...  따뜻하면서도 여유 있고, 조금은 묵직한 발걸음이기를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 걱정 없어 보인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