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잘 알지 못하던 시절,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교실 뒤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종이 울리기 전의 시간보다 먼저 자라나길 바랐다. 꿈보다는 현실이 궁금했고, 책 속의 이야기보다 창밖에 흩날리는 먼지가 더 진짜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그 무렵,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내게 작업복을 내밀었다. 방학이 막 시작된 날이었다. 설명도 설득도 없었다. 그저 한 벌의 옷을 건네는 방식으로 나를 불렀다. 나는 그 손길을 거부하지 못했고, 그렇게 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산은 깎이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돌가루가 코와 입을 타고 들어왔고, 햇살조차 먼지 속에 파묻혀 흐릿했다. 굴착기의 굉음, 반복되는 망치 소리, 그리고 말없이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 대지는 침묵하고 있었고, 오직 돌만이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구멍을 뚫고 화약을 넣는 사람들 틈에 섰다. 어느 순간, 모두가 물러섰고 공기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때 누군가 손을 들며 외쳤다. “셋, 둘, 하나—” 그리고 마스크 너머로 짧은 말이 들려왔다.
“하늘을 봐.”
그들에게는 무뎌진 일상이었겠지만, 나에겐 예고 없는 충격이었다. 나는 본능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그 순간 거대한 폭음이 산을 찢었다. 모든 것이 잠시 멈췄다. 돌가루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졌고, 침묵이 가라앉자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 없던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남겨진 건 결이 드러난 원석이었고. 그들은 그 결 속에서 방향을 읽어냈다. 나는 그 위에 나의 미숙함을 조심스레 얹어보았지만, 돌은 갈라지지 않았다. 내 안의 무지도, 그대로였다. 그들에게 익숙한 일은, 나에겐 마치 낯선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옆에서 땀을 흘리며 몸으로 방식을 보여주었다. 말보다 손이 먼저였고, 가르침보다는 반복된 몸짓이 있었다. 이곳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세계였다. 직접 걷고, 먼지를 마시며, 그들의 땀을 숨결처럼 들이마셔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몸에 새기지 않으면, 그들이 삼킨 말의 무게를 영영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 무게는 내 안에 천천히 쌓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