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추락하고
셀 수 없이 버거웠던 잔인한 추억들과
깊은 골짜기 속에 살던 고단함을
산에 버리고 내려오는 길
낡은 벤치에 걸터앉아 조금 전에 뽑은 냉이를 주섬주섬 꺼내어
입에 넣어본다, 씹어본다.
머지않아 내 입안이 흙의 흥취로 가득 차오른다
냉이의 잔뿌리들이 나를 연기처럼 휘어 감고
흙 속으로 날 이끌었다
난 바닥을 뚫고 흙 속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흙을 파고들어 뿌리를 내렸다
흙과 난 하나가 되었다
아릿한 정신을 쥐어 잡고
살며시 눈을 떴다
눈앞에는 또 다른 냉이가 있었는데
그에게로 뿌리를 뻗자
그도 나에게 뿌리를 뻗었다
서로의 뿌리가 지독하게 엉켰고,
그 주위에 더욱 진해져 가는 흙의 향기가
내 후각을 마비시켰다
부드럽고, 또 거칠고
여리고, 그래서 더 아팠던 포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