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 베란다에는 항상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베란다의 작은 정원을 보는 것이
내가 할머니집을 갔을 때 꼭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어렸을 때의 나도 그 정원을 참 좋아해서
베란다 앞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느 날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식물을
할머니가 데려오셨다.
굵고 뭉툭한 몸뚱이에, 화살처럼 박힌 가시를 보고
어린 나는 어떻게 저런 못생긴 식물이 있나 싶었다.
주변에는 알록달록한 꽃이랑
작은 키의 잎이 풍성한 나무들이 있었는데
내가 본 그 아이의 첫인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식물은 아직도 할머니의 베란다에서
제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내고 있다.
근데 변한 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바라본 그 못생긴 식물은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