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심리학을 만나다-99회

무계획도 때론 계획이 된다-무채색

삶이란 전쟁터에서 나를 지키는 사람들-기생충


졸업을 앞둔 작은녀석과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다. 점심은 뭘로 먹지요, 난 밥맛이 별로 당기기 않았다.

그래도 먹는다는 건 소중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먹자고 해서 저렴한 스시집으로 간 기억이 난다.

그녀석의 말이 걸작이다. "그거 너무 억지로 만든건 아닌가요. 요즈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아요. 반 지하에 또 반지하가 있을까요. 창문 틈으로 햇빛이 안들어오다니 . . . .) 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세상의 고통은 우리의 분노와 비탄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우리 안에 있는 분노와 비탄을 일으키는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11.18.8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잘못되어 갈 때 감정적 영향을 받아 상황을 계속 악화 시키고 만다. 분노와 공격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잘못 된 계획을 바로 잡기는 커녕 마구잡이로 움직인다.


기생충의 사람들처럼 씁쓸하지만 사람을 기생충에 빗대어 이름을 짓고 이런 영화로 태어난다니 역시 인간은 대단하다. 인간은 또 다른 기생충이 되어 모든 영역을 갉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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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백미를 장식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구덩이에 빠진걸 알았다면 땅을 파지 마라."

자기의 감정을 들여다 볼 시간도 없는 서민의 생활을 잘 표현하며, 구덩이를 파지 않으면 구멍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듯이 우리의 물욕에 대한 감정은 이성조차 어쩌지 못하는 겉 잡을 수 없는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은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아버지 김기택,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 박충숙, 명문대 지망 4수생 첫째(장남) 김기우, 미대 지망생 둘째(장녀) 김기정은 반지하 집에서 살아가는 백수 가족이다. 그들은 윗집이나 근처 카페에서 나오는 무료 와이파이에 매달리고, 피자박스 접기로 생계를 유지한다. 집안은 꼽등이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소독차가 다니는 날이면 공짜로 집안 소독이나 하자며 창문을 닫지 않으며, 주정뱅이가 노상방뇨하는 것을 반지하 창문 너머로 지켜보는 것이 일상인, 밑바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렵사리 기우가 피자집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하고 조촐한 가족 파티를 열고 있던 어느 날, 기우의 친구 민혁이 집으로 찾아온다. 민혁은 명문대에 다니고 있고, 고등학생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민혁에게서 과외를 받는 박다혜는 굉장한 부잣집 딸로, 다혜의 아버지 박동익은 글로벌 IT 기업의 CEO이다.


"나는 대학을 다니지 않는데, 어떻게 대학생인 척을 하냐"는 기우의 물음에 민혁은 "그 집 사모님이 좀 심플해서 내가 소개한 사람이라면 믿을 것이고, 약간의 증명서류만 준비해 두면 괜찮을 거야."라는 말로 기우를 안심시킨다.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 기우는 PC방에서 기정이 포샵질해서 준 연세대학교경영학과 3학년 재학위조증명서를 가지고 박 사장네 집으로 과외 면접을 보러 간다.

기우는 처음으로 박 사장네 집을 방문한다. 가정부인 국문광이 기우를 맞이하는데, 과연 크고 아름다운 저택이었다. 문광의 말에 따르면 건축가 남궁현자 선생님이 지은 집이라고 한다.


이후 거실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하던 중 박 사장 부부의 어린 아들 다송이 버릇 없이 세 사람(기우,연교,문광)에게 장난감 화살을 쏘면서 등장한다. 다송은 그림 그리기와 인디언 놀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박 사장 부부는 다송이 의젓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컵스카우트를 보냈는데, 그 후로 다송은 인솔 교사의 영향으로 인디언 오타쿠가 되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대화 화제가 다송으로 옮겨가자, 연교는 기우에게 다송이 그린 남자 화상을 보여주며 아들의 비범함을 자랑한다.

이런 다송을 본 기우는 문득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집에서 나오는 길에 연교에게 "사촌의 대학 후배 중에 일리노이 주립대를 졸업한 '제시카'라는 미술 선생님이 있는데, 예중, 예고, 미대 입시 준비까지 모두 능통하다고 소문이 났다."는 말을 흘린다. 연교는 그 말에 큰 관심을 보이며 주선을 희망하고, 이후 기우는 기정을 데리고 박 사장네 집을 방문한다.

기정은 연교와 둘만 있는 자리를 만든 뒤 다송의 그림 오른쪽 모서리에 검은색의 특별한 표식이 있다며 "혹시 다송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의미심장하게 묻는데, 연교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울먹인다. 게다가 앞서 기우에게 보여줬던 그림에도 그 표식이 있었다. 그러자 기정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교에게 결정적인 한마디를 한다. 이렇게 기택이 가족은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동익 집안에 들어가게 된다. 운전기사, 가정부, 가정교사로 등.


김기택의 집을 보여줄 때와 박동익의 집을 보여 줄 때 대조도 이런 대조는 없다. 김기택 가족이 주인이 없는 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즐기는 가운데 폭우가 쏟아지며 박동익 가족이 갑자기 여행을 취소하고 집으로 들어오며 그들이 잠든 사이 장댓비가 내리는 집을 겨우 벗어나 그들의 반 지하를 찾아 기어들어가는 장면은 마음을 짠하게 한다. 집을 가는 도 중 육교를 건너 집 앞 부근의 전봇대줄의 엉키고 썰킨 전선들 가난한 서민의 삶을 대신한다.


집은 이미 폭우로 가재도구는 물 속에 잠겨 둥둥 떠다리는 상황과 달리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집에서 연교가 올라가는 계단을 넘어 또 다른 멋진 공간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가난과 부자의 삶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통 영화에 비해서 화려한 색상은 포인트 색상만 살짝 살짝 양념을 치듯이 하는 정도이며 무채색의 색들로 주조색을 이루고 있다.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 화장실이며 그 공간만 노란 불빛으로 햇볕같은 역할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슬프다. 그러나 ㅂ분노를 표출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 냄새가 선을 넘지 말아야 하고 계획을 해 봤자 그 계획은 이루어질 수 없는 계획이므로 무계획이 계획 일 수 있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데 계획은 필요없다. 무채색은 사실이다. 현실이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화려한 색채보다는 무채색의 흑백영화를 보면 마음자세도 진지하게 임하게 되고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 왜 그럴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관객의 감동을 자극하는 장면은 꼭 무채색의 모노크롬이 등장한다.


삶이란 전쟁터에서 어떻게 나를 보호하는 방패로 삼을까 결정을 잘 하면 좋겠다. 결정에 부정적인 색깔이 더해지면 필요한 것보다 더 힘든 일을 할 수 있다. 화를 내지 말 것, 바르게 행동 할 것, 이것이 전부다.

(나무위키, 구글 이미지, 데일리필소피 173p,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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