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를 착각합니다
아버지와 나를 착각합니다.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젊었을 때 잘 생긴 엄마의 얼굴을 닮았더라면 나도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텐데 하필 아버지를 닮았네. 엄마는 나와 아버지를 착각 할 때가 참 많았었다. 엄마의 심사가 뒤틀린 날은 엄마, 아버지의 사이가 별로 안 좋은 날인 것 같다. 그 날은 어김없이 나에게 화를 많이 내는 편이다. 옛날사람들은 싸울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두 사람다 한치의 양보가 없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는데 왜 들 그렇게 싸우는지 참 답답할 때도 많았다.
그 날의 싸움의 발단은 음식 이었다. 아버지는 경상도 어머니는 황해도 , 우리집은 엄마의 식성대로 밥상이 차려진다. 쇠고기, 돼지고기, 잡채, 곰국 전부 고기다. 못 살아도 고기다. 엄마는 추운지방은 늘 고기를 먹는단다. 만두국 에도 고기다 만두소도 고기다. 어떤 날은 고기 일색이다. 아버지와 나는 매콤하고 멸치볶음, 미역귀 고추장 이런 걸 먹고 싶다. 평소의 아버지는 반찬 투정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컨디션이 안 좋았나보다. " 혹시 미역 귀 먹든 거 있으면 좀 주시오. 물 말아서 고추장에 미역 귀 찍어 먹고 싶은데" 눈치 없는 나도 거들었다. "엄마 나도 아버지하고 똑 같이 먹을래" 엄마의 큰 눈은 더 크지고 제대로 안 먹어서 늘 비리 비리 한다고 화를 불 같이 냈었다. "너는 얼굴도 아버지를 닮았고 먹는 것도 아버지 같이 먹을래."
아버지는 항복도 잘 한다. 엄마가 힘들게 준비한 음식인데 "정이야 우리 맛있게 먹자" 내일은 미역 귀 하고 마른 멸치 먹게 해 달라고 했었다. 하긴 남자가 되어 돈 벌이도 제대로 못 하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은 없기 하겠다. 아버지와 내가 요구하는 반찬은 돈이 안 든다. 우리가 먹는 밥상은 고기 총연색으로 반찬 값도 반반찮을 것인데. . . . . .엄마의 밑마음을 보면 다른 것으로 호의 호식 못 시켜 줘도 먹는 것 만큼이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다는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다. 그리고 엄마가 피난 올 때 굶어 죽은 사람들, 피난 와서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들을 본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먹는 것에 집착을 하는 것이다.
상담을 해 보면 보육시설에 있는 아동들의 주호소 문제가 주로 식탐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나누어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의 아동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아이들이 보육원에 맡겨지기 전까지 부모로부터 방임과 방치 그리고 영양실조이다. 티비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이 아이는 지금 먹을게 없다. 부모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 부모는 아이를 며칠씩 굷기고 집은 쓰레기통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아이들이 보육원에 들어오면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을 말로 다 할 수 없다.
엄마는 자기를 희생해 가며 열심히 벌어서 엄마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듯이 우리 입에 반 강제적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요양병원에 계셨다. 우리들의 고민은 엄마의 병원 밥에 있었다. 병원 밥을 도저희 먹을 수가 없단다. 못 먹겠단다. 요양병원은 가구소득 기준에 따라 한달 병원비가 다르다. 엄마의 경우는 정부 지원이 거의 없고 다른 어르신에 비해 병원비도 비싼 편이었다. 그런데 병원 밥을 드실 수 가 없단다. 하루이틀은 뭐라도 만들어 갈 수 있지만 하루 세끼 해결은 너무 힘들었다. 사흘에 곰국 한 그릇은 그뜬히 비우시는 엄마의 식성으로 병원밥은 양에 차지 않는 것이다. 장조림이라고 한 종지 나오지만 말라 비틀어진 기름기가 없는 조림을 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엄마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영양실조로 동생과 주변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의 기억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엄마 참 불쌍한 사람. 살아 계시는 동안에도 늘 현실과 과거를 왔다 갔다 했던 것이다.
엄마의 지극정성으로 자식들 밥 먹고 살만 한데도 원수의 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돌아 가실 때가지 본인은 밥을 놓지 못하고 먹는 걸 놓지 못하셨다.
엄마 준 교훈 덕분에 열심히 악착같이 나도 우리 새끼들 밥 굶기지 않으려고 엄마 새가 되어 먹이다 물어다 우리 아이들 입에다 넣어주면서 꼭꼭 싶어 먹어라고 했다. 이제 이 녀석들이 다 컸어 나의 둥지를 날아가볍다.
그래도 엄마의 밥 사랑 덕분에 남들 밥 먹을 때 밥 먹고 남들 하는거 흉내는 내면서 살고 있다.
엄마 고마워 그런데 엄마는 왜 아버지와 나를 착각했을까? 아버지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아버지한테 말하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에게 말했다면 조금만 섭섭했을텐데. 엄마 말대로 아버지와 나는 닮아도 너무 닮아서 붕어빵이 따로 없었네. 얼굴형, 이목구비 보통체형, 좋아하는 음식. 엄마가 헷갈릴 만 했겠다.
감정적인 상태에서는 둘이가 하나로 보일 수 있었겠다. 그런데 난 엄마의 딸이 맞긴 맞나봐. 젊고 예쁜 얼굴의 얼굴을 닮은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던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 엄마 덕분에 고만 고만하게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