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아버지들-5회

직장 상사가 말한다. 니 어데 문제 있나?

직장 상사가 말한다. 니 어데 문제 있나? -확 결재판으로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영순의 인생은 턱거리 인생이다. 로또 수지 맞았다. 오빠들은 잘 난 상고를 나왔는데 그 흔한 은행에 취업을 못하고 못한 영순이 은행에 취업을 했다. 가문의 영광이다. 큰집 큰 엄마는 이런 막말을 했다. 자기집 딸년이 둘이라도 "대가리가 나빠서 저것들은 취업도 못할끼라, 우리 영순이는 똑똑해서 우리 집안 여자들 중 제일 잘 될끼라." 큰 엄마는 경여고 출신에 영자 신문을 본다. 큰 집 오빠들은 S K Y 출신들이다. 그런데도 오빠들 말고 집안에서 큰집, 작은집 딸년들은 다 바보란다. 영순이만 최고란다. 큰 엄마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여하튼 상고 출신 오빠들을 제끼고 은행에 들어갔다. 오빠들이 공부하는 주판을 보고 자기도 사달라고 졸라 장난감 같이 생긴 주판을 하나 들고 오빠들이 하는데로 흉내를 냈다. 다른 건 몰라도 따라쟁이는 잘 할 수 있어. 전표를 넘기면 자기도 종이를 찢어 숫자를 적어 한장 한장 넘기며 주판으로 계산을 하기도 했다. 인간은 환경 속에 영향을 받는다고 오빠들 따라쟁이 하다가 주판하나 달랑들고 은행에 취업을 한 것이다. 운이 좋아도 억세게 좋았다. A급 여상 출신도 들어가기 어려운 은행을 일반대학 출신이 들어 갔으니 이건 하늘(그 당시는 개종 전 불교)이 돕지 않으면 영순 실력으로 될 수가 없다. 주산자격증, 부기자격증, 타자자격증 등. 은행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하나도 없다. 이건 정말 애국가 가사처럼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우리집 만세다. 영순하나 은행에 들어가니 집안도 숨통이 트인다. 갑자기 욕이 튀어 나오는 걸 참아야 한다. 영순의 큰 오빠는 신의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부모 용돈 한푼 제대로 준 적이 없다.


영순 역시 지 자식 키워보면서 느낀다. 첫째 아이는 부모도 처음이라 늘 갈팡질팡 실수 연발이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가 된다. 큰 오빠는 무조건 오냐 오냐 맛있는 거 다 먹이고 없는 돈에 개인교사 붙여 부모 등골 빼가며 공부 시켜 놓으니 지가 잘났단다. 부모에게 용돈 한번 제대로 준 적은 없다. 지 품위 유지하느라 바쁘다.



영순은 남자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다. 친 할아버지는 세련되고 멋진 분이지만 무서운 분으로 기억한다. 외할아버지, 아버지, 외 삼촌들, 우리 오빠들, 동네 어른들, 그리고 은행에 득실 거리는 남자들. . . .

그 당시 은행은 지금의 은행과 좀 달랐다. 차장급이 되면 별 할일이 없다. 결재서류에 도장만 잘 찍으면 만사오케이다. 대리는 차장 없으면 자리에 없고 차장은 지점장 안 계시면 자리에 없다. 할일 없으면 농담한다고 일개 은행 여직원에게 농담이나 하다니 지금은 그랬다면 바로 성희롱으로 티비에 모자이크로 음성변조로 나와야 한다. " 영순아 니 어대 문제 있나, 와 아직도 이러고 있노 " 그 차장님과 은행 연합 통근버스를 아침에도 저녁에도 별 일 없으면 통근버스로 퇴근을 한다. " 와 예 " " 아침 출근시간에 니 보는 건 참을 수 있는데 저녁에는 머스마하고 데이트 안 하나, 결혼하는데 문제가 있나. " 그 당시는 순진했다. 은행 차장 정도는 대학도 A급에 상과대학 출신이다. 좋은 대학 나오면 뭐해 남자들 할일 없이 쓸데없는 농담할 때는 직급도 좋은 대학도 실력도 필요없다. 그냥 속물이다. 이건 정말 진심어린 여직원에 대한 걱정이 아니나 그냥 최백호 가사처럼 실없는 농담이나 한 마디씩 해 보는 거다. 대리 대리답게 농담을 하고 지점장은 지점장 답게 농담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남자를 제대로 된 남자로 볼 수 가 있겠는가? 남자란 술 먹으면 제 정신이 아니고 술 안 먹어도 살짝 제 정신이 아니다. 엄마가 아버지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다. 외 할아버지의 바람은 정말바람 바람이다. 외 할아버지의 바람(불륜)의 상대는 엄마보다 3살 정도 많은 사람이다. 아예 딴집 살림을 하며 배다른 삼촌들도 3명이 있다. 영순은 외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그들을 봤다. 씨 도둑이 없다고 데칼코마니다. 엄마가 달라도 삼촌들은 똑같이 생겼다. 외 삼촌만 5명이다. 정말 붕어빵이다. 연예인 뺨치게 잘 생겼다.


외 할아버지 능력자다. 아름다운 우리 외 할머니가 불쌍하다. 옛 부터 미인 박명이라고 할아버지 눈에는 할머니가 예쁘지 않단다. 참 이상하다. 할머니의 치매 원인은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할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으로 똘똘뭉친 것은 아닐까? 할머니는 치매 결렸을 때 할아버지를 애타게 그리워했다. 현재는 몰라도 과거의 감정 속에 살았나보다. 여자로서 남편이란 작자에게 사랑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딴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한 평생을 소 처럼 묵묵히 살아온 세월에 대한 서러움이 치매로 나타났다.


그랬다. 엄마가 아버지를 선택한 이유는 아버지의 집안이 엄청 애처가 집안으로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반말을 한번도 안 했다. "여보 이거 자쉬 보시오." 돌아가실 때까지 늘 예우를 갖추고 서로를 존경했다. 외 할아버지 그 사건 외에는 아버지는 늘 엄마에게 "여보 이거 자쉬 보시오." 그리고 외출을 하면 집에 전화를 해서 "별일 없소" 라는 인사를 나눈다. 엄마는 참 웃긴다. 전화 안 하면 안 한다고 핀잔을 주고 전화를 하면 왜 자꾸 전화 하냐고 , 두 사람의 사랑표현인가! 그러나, 그 당시 남자들은 살짝 살짝 업무상 외도를 하기는 해도 엄마에 대한 사랑은 끔찍했다.


여하튼 영순은 운이 좋았다. 남자에 대한 인식 외에는, 인간사 세옹지마라고 사람의 인생은 모르는 것이다. 오빠들은 공고 출신도 아닌데 건설계열 조합에 취업을 했다. 참 웃긴다. 우리집 남자들은 진짜 웃긴다. 아버지도 오빠들도 다 물 방위이다. 아버지도 오빠들도 다 상고 출신이다. 아버지는 신문기자 출신이지만 그 이후는 건설쪽으로 직업을 옮겨 얼마간 종사를 했다. 그 영향으로 오빠들도 건설계통 우리집 식구들은 그냥 웃긴다. 다들 누구의 아버지들. 그런데 지금의 남자들은 누구의 아버지를 포기하고 있다. 아니면 살짝 군 입대를 연기하듯이 누구의 아버지 되기를 미루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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