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철이 들기는 할까- 제발 이 남자야 철 좀 들어
이 남자 철이 들기는 할까 -제발 이 남자야 철 좀 들어
나(순영)은 운이 좋았나, 아님 전쟁에서 나라를 구했나. 노처녀 치고 괜찮은 조건의 남자를 만났다. 순영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일단 대기업 S자로 시작하며 종합상사 맨이다. 순영은 쌍꺼플이 없는 외꺼플이다. 눈은 올챙기 눈 처럼 살짝 작은 편이다. 이건 왕방울 눈을 가진 엄마의 눈에 상대적으로 비교 했을 때 작아 보일 뿐이다. 중요한 건 멀쩡한 인간이라도 못 생겼다. 라는 말에 세뇌를 받게 되면 당연히 못 생겼다. 눈은 올챙이 눈 같이 작고 못 생겼다. 엄마를 닮은 작은 오빠 눈을 보면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왕방울 만하다. 그래서 늘 남자의 눈을 쳐다 보며 예쁘게 생긴 눈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왠 떡이냐, 내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내가 좋아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수도권이 아니다. 그래도 괜찮은 학교 출신에 키는 182cm 애라 모르겠다. 그 동안 마담뚜 아줌마 장부에 올라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불려 다닌다고 나의 일요일도 반납 하지 않았나. 어느 일요일은 하루 3탕을 뛰면서 미끄럼도 얼마나 탔던가. 나는 마음에 들면 상대가 나를 싫다고 하고 상대는 나를 좋다고 하면 부모가 싫다고 하고 참 쉽지가 않다. 선을 볼 때마다 은행 차장님 얼굴이 생각난다. " 니 어데 문제 있나, 남자들 마냥 고자라고 여자인 나에게 생식기에 문제가 있나" 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여성이다. 하루빨리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그 차장 앞에 떡하니 보여 줘야 하는데 참 입맛대로 안되는 상황.
남자가 좋다하면 개뿔도 없는 우리 엄마가 안된다 한다. 집이 가난하다고 안되고 직장이 그저 그래서 안 되고 머리가 나빠서 안 되고. 우리 엄마 대단하다. 자기 딸은 별수 있나. 공부를 잘 했나. 겨우 턱걸이로 은행에 취직 한 정도 인데 무슨 꿈도 저런 꿈을 꾸는지. 우리엄마가 정해 놓은 남자 목록이 있다.
직장(대기업, 공기업), 집 안도 좋아야 한다. 양 부모 다 계셔야 한다, 남자 머리가 좋아야 한다. 잘 생겨야 한다(그건 내가 좋아하는 품목), 막내여야 한다(장남은 우리 딸년이 고생한다나). 이렇게 목록을 정해 놓고 마담뚜가 연락이 오면 엄마 선에서 결정한다. 만나기까지 조건도 까다롭다. 상대도 나도 오죽 못났으면 연예 한번 변변하게 못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사람을 만나려고 하겠는가. 솔직히 말하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커플매니저의 매칭을 통해 만나는 이성은 서로의 눈에 차지 않는다고 한다.
우린 서로 한 눈에 반하며 좀 빨리 나타나지 하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찌찌봉을 하고 말았다.그 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이 다방 저 커피숖에 끌려 다니며 파도 타듯이 이 마담뚜, 저 마담뚜 할머니들에게 얹혀 다니며 팔려 다녔는데 이제 무기여 잘있거라. 나는 끝냈다. 나는 이제 자유를 얻었노라. 하며 은행에 가서 당당하게 " 차장님요, 내 조금 있으면 시집 가고 은행도 그만 둘끼라요."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정말 남자가 없냐고, "마음 속으로 이 멈충아 남자가 있으면 내가 이렇게 불려 다니겠냐."
더 중요한 건 영순이 엄마가 더 좋아 한 거다. 거만한 엄마가 자기도 모르게 순진하게 서글서글한 외모의 남자를 보며 인상도 좋다고 말을 한다. 딸년을 데리고 주말마다 선을 보러 다니니 지치기는 지쳤나 보다. 이 도도한 엄마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어떤 날은 여러탕을 뛰어야 하는 날은 미리 입을 맞춘다. "영순아 엄마가 우유 하고 입만 축이고 나가면 너도 빨리 나와라" 두 사람의 약속이다. 거의 선을 보는 자리에서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우유를 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가 먼저 주문을 했다. 여기 커피요. 합격이다. 나는 금메달을 딴 것 같다. 난 한 껀이 더 남아 있다. 싫은 이 남자는 아주 똑똑하단다. 그런데 집이 너무 가난하단다. 엄마에게는 꼬표(X)이다. 가난한 집안 말고 남자 하나만 보면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가.
일단 마담뚜 아줌마는 다음 타자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학벌은 그저 그런 그런데 요셋말로 건물주로 집이 부자란다. 내 손에 물 안 바르게 해준다. 그럼 세수는 어떻게, 그 정도로 대단하단다. 그리고 이미 남자 집에서 나를 알고 있다고 한다. 은행에 와서 나의 얼굴(못지방)도 보고 마음에 들어 한단다. 난 이미 가난한 남자한테 뿅 갔다. 약속은 약속이므로 그 장소에 나갔다. 유체이탈 모양 빈 껍데기만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나왔다. 비닐봉지 마냥 허늘 허늘 생명체 없는 얼굴로 그냥 여러번 웃어 주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 같다.
나의 그런 행동에 마담뚜도 상대 남자도 엄마도 다들 당황했단다. 적당하게 엄마와 마담뚜 아줌마가 입을 맞춰 아가씨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렇다 고 말했다나, 뭐라나, 멀쩡한 남자에게 미안해야 한다. 순영이가 싸가지가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예의는 있는 편이다. 가난한 남자는 순영이가 원하는 타입이다.
그 남자도 순영의 환심을 사려고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주말은 아이들과 여행을 가거나 가족들과 함께 맛나는 것을 먹어러 다닐거요." " 나도 그런 생활을 하고 싶어요. 여행도 가고 싶고 좋은 장소에 가서 쉬고 싶어요." 이 남자 앞에서 내숭을 떨고 있지만 시간을 줄여 가며 사귄 남자한테는 이런 말도 한번 제대로 안 하고 쌀쌀맞게 대했는데 이 남자한테는 몇년을 사귄것처럼 애교까지 부리며 콧소리를 한다. 남자도 결혼하고 난 후 한 참 있다가 아내인 영순에게 " 내가 그 때 니 한테 미쳤나 보다. 내가 속았다. " 그 때 정신을 차렸다면 오늘보다 더 행복할 텐데, " 와 후회하나. " 아니 그건 아닌데 다른 여자하고 살면 어떨까 해서?" 영순은 단칼에 무우 자르듯이 한 마디 한다. " 내 만큼 똑똑하고 이 만큼 이쁜 여자 못 만날긴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스타일도 좋제, 사람들에게 미움 안 받제, 남편한테 군 소리 안 하제, 말 대꾸 안 하제, 착하제, 검소하제 " 눈이 예쁜 이 남자 입을 다 문다.
남자고 여자고 나이를 먹고 고생 좀 하고 철이 들어야 할 것 같다.
이 남자,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나이와 함께 철이 들어간다. 처음 결혼 했을 때 이 남자 집에 늦게 들어온다. 회사 끝났으면 집에 안 오고 어디 갔다 오느냐 물어 본다. " 나 오늘 미팅 하고 왔어, 직원들이 남자 숫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미팅 하고 싶다고 해서" 와 이거 도둑아니야, 나는 어의가 없어 "만약 그 쪽 여자가 마음에 들어 하면 어쩔거야, 그럼 나 유부남이요. 오늘 쪽수가 부족하다해서 자리 채우려고 나왔소, 이렇게 말 할거야" 이 남자 그런 생각은 애초 해 본적 없다. 그냥 미팅에 가고 싶었단다. 그 날 결혼반지는 빼고 나갔다 왔는지 손가락에 반지는 없다. 이런 완전 범죄를 노린 이 남자야, 너 좀 있으면 아버지 될 거야, 정신 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