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누구의 아버지들-남자라는 이름으로
철없는 누구의 아버지들-남자의 이름으로
요즈음 이런 행동을 했다면 완전히 묻어 버릴 수 있다. 2022젠더시대에 혐허한 말을 입에 오르내려도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뼈도 추려내지 못할 수 있다. 누구의 아버지 이전에 남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려는 남자 그런데 여자는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그냥 누구 엄마 이다. 영순역시 자기 이름이 영순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엄마들 모임에 가면 누구 엄마로 통한다. 그나마 영순은 일 하는 여성이라 자기의 이름을 당당히 말한다. 그녀 역시 낯선 일본생활에서는 누구의 엄마로 통하며 경력단절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바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원래의 직장인 은행에 복귀하면 만사가 형통하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퇴직 여직원 복귀 제도가 생겨 기다렸다 들어가면 된다. 은행 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싶은게 문제였다. 일본생활과 한국생활 통틀어 7년정도 경력단절의 기간도 있었다. 영순이 아닌 누구 누구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그런데 남자는 아니다. 아이를 안고 있어도 누구의 아빠보다 자기 이름을 말한다. 모든 면에서 자신이 주체가 된다. 그래서 그런가 세상사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자기가 미혼인지 기혼인지 깜빡 할 때도 있단다. 집에 곧장 와야 하는데 퇴근 시간과 함께 자꾸만 옆으로 세고 있단다. 결혼 한 것도 이상하고 아이가 있는 것도 이상하단다. 아이가 울면 자기 몸도 힘든데 여자(영순)가 눈치를 준단다. 아이를 보는 법도 모르고 아이 안는 법도 모르는데 아이를 달래라고 한다. 아이는 엄마에게 안기면 가만히 잠을 자거나 웃고 노는데 아버지에게 안기면 더 크게 울고 보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이 들고 회사는 회사대로 해야 할 일 들로 가득하여 지치는데 집에 오면 쉬지 못해 힘들다. 때론 아이도 마누라도 없는 미혼이 그립다.
이런 남자라는 이름으로 만용을 부리다니. 그럼 여자는 아이 낳는다고 모든 영양가가 다 뽑혀 몸은 윤기와 탱탱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늙은이 뱃가죽 마냥 몸은 허물 허물 출렁 출렁하며 배는 볼록 튀어 나왔다. 아이 낳기 전에 입었던 사이즈는 온데 간데 없이 펑퍼짐한 고무줄 옷을 선호하게 된다. 그럼 얼굴은 기미와 점이 자리를 잡고 잇빨 마저 흔들 흔들 거린다. 남자는 결혼 전이나 결혼 후에도 자신이 몸 관리를 안해 망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여자는 무슨 죄가 있다고 내 몸은 어디로 가고 흔 몸 줄게 새 몸 다오 노래라도 불러야 할까? 한 위대한 생명을 잉태하고 난후의 그 흔적은 고스란히 여자의 몫으로 남았다.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노래가사에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야 너 손 쭈굴쭈굴한게 할매 손 같아" 참 어의 상실이다. " 야 이 인간아 누구 땜에 내가 이러고 사는데"
참 철이 없다. 그날 이후로(쪽수 부족하다고 미혼 인 척 미팅에 참석) 손에 낀 결혼반지는 한번도 안끼고 집에 모셔 놓고 있다가 나에게 던져 준다. " 난 이 반지가 너무 불편해 , 그냥 안 낄래 이거 너 줄게 너 가져." 난 지금도 남편의 반지를 한번씩 끼고 다닌다. 다이야가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만 다이어야반지를 받았다. 우리는 남편에게 조금 뽀대가 있어 보이도록 다이아는 살짝 큰 것으로 해주었는데, 본인은 갑갑했는지 반지 끼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원래 남자라는 인간은 잘 모른다. 완전범죄를 노리며 미혼 인 척 하면 몇번이나 미팅에 나갔는지는 모른다. 원래 남편이란 집에 들어오면 내편이고 밖에서는 남의 편이다.
아침에 나가서 사람들과 싸우지 말고 관계 잘하고 일 열심히 하고 회사에서 무능하다고 짤리지 말고 잘 버티고 지 집 찾아 잘 들어 오면 된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만 해도 술 취한 고주망태의 옆집의 옆집 아저씨들이 아무개의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거나 아니면 대문 앞 바닥에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잘 놀고 저거 집이라도 잘 찾아 와 주면 그저 감사하다. 늦은 밤 택시 멈추는 소리만 나도 신경이 쓰였다. 이 인간이 집에 와 있는 날은 그 소리에 신경이 안 쓰인다. 그러나 아직도 퍼라 마셔라 인생사 별거 있다 하는 날에는 걱정이 된다. 그리고 가장 신경에 거슬리는 날은 당연히 엘리베이트가 우리 층에 서지 않고 그냥 올라 가면 걱정이다.
몇 년 전 간만에 일찍 들어와 밥도 먹고 티비에 미쳐 한참을 낄낄 거리고 있는데 늦은 밤도 아닌데 낯선이의 초인종 소리가 난다. 인터폰으로 흐릿한 인간의 실체를 미 확인 한 후 여기는 너거 집이 아니란다.
옆집 옆집 아저씨의 아파트 호수까지 친절하게 물어 본다.
그리고 한 마디 한다. " 얼마나 술을 퍼 마셨으면 자기 집도 구별을 못하고, . . . . 미친 . . . 그렇게까지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하노" 속으로 나는 말한다. 니는 어떻고, 여튼 한번은 홈카밍데이 20주년을 다녀왔다. 인사 불성이 되도록 술을 혼자 퍼 마시고 택시에서 내리며 아파트 앞에 정원훼손을 막느라 바리게이트 같이 낮은 울타리가 쳐져 있다. 술 김에 넘는다고 헛발질로 바로 넘어지며 얼굴 낯짝과 다리 팔 할 것 없이 확실하게 갈았다.
다음날이 큰 아들 군 입대다. 그 얼굴로는 배웅도 못하고 그냥 집에서 잘 다녀와라 . . .큰 아이와 바이 바이를 했다.
"홈카밍데이는 니 혼자 만 하냐, 너만 그 학교 졸업생이냐, " 아무리 니 신세가 한심해도 정신을 못차리고 마셔 고주망태가 되면 안돼" 사람들은 망각의 동물이 맞다. 망각을 해야 살아 갈 수 있다.
아니면 어떻게 살겠노. 니 웃기는 행동은 잊어 버리고 옆집 아저씨를 흉보다니.
내편이 말한다. " 나는 아직 남의 대문 앞에 초인종은 안 눌렀다. " 그래 철 없는 누구들의 아버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