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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2회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내 몸이 이렇게 중요하고 고상하다는 것을 몰랐다. 인간은 아파봐야 지 몸 귀중한 거 안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보인다. 평소 집안일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건성 건성 살았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못 볼 거 안 볼거 왜 눈에 띄는지 모르겠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안 해도 되는 짓 몰라도 되는 짓 찾아 가며 하게 된다.

참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안 들어도 되는 말 못 들은 척 하는 말들이 그렇게 잘 들린다.

아마터면 싸울 뻔 했다.


내 몸이 이렇게 여리여리하고 갸냘픈 줄 몰랐다.  인간은 아파봐야, 지 몸 건사 할 줄 안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밥 달라고 군소리 하는 식솔이 늘어난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혼자서 밥 먹으면 서럽다고 꼭 같이 이것 저것 지지고 볶아서 먹자고 한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혼자 힘들어 죽겠는데 남편이 내편이 되어 자기도 아프단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혼자 있으면 심심 할 것 같아 친구들 안만나고 메뉴까지 생각하며 칼퇴 한단다.

아마터면 싸울 뻔 했다.


내 몸이 이렇게 내 손가락이 이렇게 조심조심 요조숙녀인지 몰랐다. 인간은 아파봐야 지 몸 아름다운 거 안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계절 지난 옷 정리 하자고 한다. 이불도 여름이불로 바꾸자고 한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집안이 흔들거리기도 한다. 부동산 서류 찾아보자고 대출원금 못 갚고 있는 갚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외식 보다는 집에서 맛나는 것 해 먹고 영양보식을 해야 한단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남편이 내편이 되어 오는 길에 다친 다리 보여 준다. 밥 상 차리고 밥 먹고 밥상 물리자 말자 빨리 치우라고 한다.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내 몸이 이렇게 부실 하다는 것을 몰랐다. 인간은 아파봐야 지 몸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갑자기 일이 하고 싶다. 안 돌리는 청소기를 끌고 다닌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남편이 내편이 되어 집안 정리정돈을 위한 총 책임자가 된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남편이 내편이 되어 하루 종일 종달새 지지배배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참 이상하다. 몸뚱이 아프면 말 한마디에 잠자고 있는 내 안의 휴화산이 남편에게로 휴로켓이 된다.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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