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뒤에 숨어 있는 둥근달
하마터면 싸울뻔 했다.
참 복스럽게 생겼다. 꼭 동글동글 둥근달같이 생겼다.
달 타령 마냥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그럼 달은 처음부터 동그랗게 생겼을까?
둥근것이 더 날카롭다. 세모보다 네모가 더 뾰족 뾰족 꼭지점도 4면의 모서리를 하고 있다.
네모의 뾰족한 면을 가위로 오려보면 동그란 정원이든, 타원이든 원이 된다.
원은 차갑다. 자신의 속 내의를 숨기고 있다. 남편의 얼굴은 네 모서리모양 네모지게 생겼다.
속 좋은 양 타인들 앞에서는 눈 웃음을 치지만 바로 시선이 나에게 곳히면 비수처럼 눈으로 인사를 한다.
너무 날카롭다. 둥근 뒤에 숨어있는 네모 비수로 번쩍번쩍 한다.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다.
하마터면 싸울뻔 했다.
눈으로 말을 한다. 눈꼬리도 각이 지면서 살짝 눈 웃음을 친다. 갑자기 비수같이 날아 오를 것 같다.
네모에 익숙해 있다. 간만에 대형마트 나들이 간다. 가슴은 둥글 동글 그러나 마트는 네모다 네모 뒤에 차가운 둥근것을 숨기고 있다. 마트만 가면 사고 싶다. 바로 대형 티비다 티비도 네모다 네모는 언제든 동그랗게 꽈리를 튼다. 남편은 또 눈치를 준다. 눈으로 말한다. 비수가 날아온다. 지나가는 판매사원에게는 영락없이 네모 안의 동그라미를 그린다. 또 눈웃음을 보낸다. 난 숨이 막힌다.
하마터면 싸울뻔 했다.
주변을 돌아본다. 모두가 네모상자다 우리집 아파트는 우유곽모양 네모다 그럼 가위로 자르면 동그랗다.
네모보다 차가운 동그라미는 왜 네모 뒤의 속살을 숨기고 있을까? 달착륙 후 달은 둥글다.
네모의 식탁에 둘러 앉는 것 보다는 둥근 식탁에 둘러 앉으면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렇다 둥근것은 위대하다. 둥근 것은 거대하다. 둥근 것은 우주 마냥 광활하다. 네모의 꼭지점 뒤에 숨어 있는 둥근것은 차갑다.
무심히 길 가에 있는 사진관 앞을 지나가면 네모 틀 속에 가족사진이 웃고 있다. 웃고 있는 모습은 동글동글하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저렇게 가족들이 방긋 웃고 있을 정도로 얼마나 네모를 동그랗게 만들었을까? 속에서 수 천번 네모가 동그라미가 되고 동그라미가 네모가 되는 반복을 했을까?
얼마나 칼날을 뭉퉁뭉퉁하도록 날서지 않게 다듬었을까? 가족의 얼굴. 동그랗게 동그랗게 다행이다.
난 큰 네모속으로 기어 들어온다. 네모 안의 또 네모 속에 나를 가둔다. 그 네모는 내 방이다. 방속으로 깊이 밀어 넣는다. 더 작은 네모들 티비 보다 더 작은 네모, 컴퓨터 모니터 보다 더 작은 네모, 스마트폰에 한 눈을 판다. 혼자서 히히득 거린다. 갑자기 중간 네모문이 열린다. 네모 얼굴을 한 사람이 뭐라고 한다. 잘 안들린다. 다시 큰 소리로 뭐라고 말을 한다. 소리는 네변의 모서리의 뾰족한 칼이 되어 부메랑처럼 나의 심장을 노린다. 다시 동그랗게 받아친다. 오늘도 네모 속의 동그라미는 속 내의를 숨긴다.
그래 하마터면 싸울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