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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반쪽 보라-1

완벽한 그녀 빨강

- 5~6월에도 서릿발이 내리는 그녀

그녀는 완벽하다 못해 옆에만 가도 그 날카로운 칼에 살이 베일 것 같다.  그녀를 쳐다보면 5~6월에도 서릿발이 내릴 것 같다.

실수로 그녀의 학교시절의 사진을 보고 말았다. 그녀는 너무 냉담하게 반응을 한다.

"누가 엄마 사진 함부로 보라고 해서" 다음부터는 엄마 소지품은 함부로 만지지 마. 꼭 만져야 하면 엄마한테 물어보고 해" 그녀는 쌀쌀맞게 오늘도 한 침을 준다. 자기가 무슨 소피아 로렌이나 되는 줄 아는가 보네.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잘 난 맛에 살고 있다.  누구보다 자기가 괜찮게 생겼다는 것을 아주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을, 남의 흉내가 아니라 사실 모든 면에서 잘 하는 편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그녀다.


그녀는 도도하게 말한다. 할 일 없으면 방 청소를 하든지, 밥 먹고 치우지 않은 설겆이 대야에 설겆이 담겨져 있단다. 가서 설겆이나 하라고 한다.  그녀의 시종 같은 계집종의 나이는 겨우 10살 안팎이다. 

오죽하면 그녀와 그 계집종 같은 아이를 보며 어떤 관계냐, 엄마냐, 계모냐 하고 따질 정도이니, 꼭 그녀의 얼굴이 쌀쌀맞고 냉정해 보여서만 하는 소리가 아니다. 둘이는 닮지 않았다. 그녀를 닮았다면 소피아 로렌은 아니라도 여자 아이가 몇명 없는 동네에서 그나마 조금 생겨야 하는데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얼굴은 아니다. 그냥 시쳇말로 촌발날리게 생겼고 머리형태는 단발이다.  자칭 여왕님(소피아로렌)을 닮았다면 머리를 빡빡 밀거나,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어도 대수랴, 참 맞다.  흑백의 사진 중에 기억이 났다. 정말 그 동네에서 가장 예쁜 여우같이 생긴 여자애와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계집종 같은 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면 화가 날 만도 하다. 누가 봐도 비교의 대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고슴도치도 지 새끼가 가장 예쁘다고 그 때 만큼은 지 새끼가 예쁘다고 말 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진 왈 " 입은 합죽(팥죽할멈) 웃는 미소는 영낙없는 촌집 아낙, 댕그라니 올라간 치마, 허연 고무신"  그 때 나이가 8살 정도 였다고 기억을 한다.  그 시기 이며 그 때는 모두가 가난했다.  가난에 대한 불편도 적고 가난한지도 몰랐다. 그냥 동네 방네 온 동네를 아무나 뛰면 그냥 오빠, 언니, 삼촌, 이모, 고모하며 뛰어 다닐 때다.  


- 그녀의 새로운 작품

동네에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한 두명은 살고 있었다.  새로운 작품이 하나 탄생했다. 분명 아이인데 여자 아이의 단발머리도 조금 길었다. 그 머리에 맥주와 알코올 기억도 안 나지만 하여튼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다. 아이이는 촌년에서 이제는 노랑두 대가리다, 옷은 언제 만들었는지 자기 꽃 무늬 원피스를 줄여서 작고 앙증맞게 이쁜 원피스도 만들어 입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자기도 아끼는 선글라스까지 씌우고 어디서 얻어 왔는지 정체도 모를 샌들까지 거의 지금으로 말하면 깔 마춤으로 아이를 애 어른으로 만들어 동네 한 바쿠를 돌렸다.  그 때 동네 바보 아저씨도 동네 한 바쿠를 돌고 있는 중이다. " 아줌마요 이 아가 아인기요, 어른인기요," 라며 정체 불명의 새로운 작품에 호기심으로 자꾸만 따라다녔다. 그녀는 대 성공이야, 이만 하면 오늘의 작품은 괜찮은 편이다.  정체 불명의 작품은 그 바보 아저씨가 무서워 한 동안 피해 다니고 동네 아저씨는 그 작품에 유독 관심을 가지고 아인지 어른인지 구별을 못해서 계속 따라 다녔다. 그녀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헤프링은 이떻게 단락을 내렸다.  집 리모델링 하기 전까지는 그 사진이 보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흔적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소피아 로렌 비스무리하게 생긴 그녀의 사진도 오랫동안 간직하고 스마트폰에도 넣어 두었거만 폰 용양이 많아 휴지통에서 비워지고 말았다. 


- 눈 부시도록 화려하게 생긴 도도녀 그녀

어린 계집종을 부른다.  공부 다 했으면 방을 치우라고 한다. 그냥 눈치껏 치울건데 굳이 오라 가라 안 해도 알아서 치우려만 그녀의 완벽이 도지고 말았다.  그녀의 완벽은 도도한 완벽인 것 같다. 어린 마음에도 자기 엄마인 그녀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화장도 잘 하고 옷도 많고 신발도 많고 요리도 잘 하고 거의 다 잘하지만 충동적인건 나쁘다. 그래도 잘 생겨서 용서를 해 주자.  어쩜 얼굴에 코티 분을 바르고 입술에 붉은 빛이 감도는 립스틱만 발랐는데 그녀의 피부는 윤이 나고 콧대는 일직선으로 뻗어 하늘을 찌를 것 같고 종이라도 베일 것 같다.   눈부시도록 화려한 빨강의 그녀는 파랑의 남자를 만나러 간다. 파랑의 남자는 내 아버지다 신문기자이므로 자주 집에 들어 오지 못하는 날도 가끔 있다. 그럴때 그들은 연애를 하듯이 바깥 외출을 한다.  지금도 빨강여자와 파랑 남자의 빛 바랜 사진을 보면 빛 바랜 명화극장에 나오는 남녀처럼 남자는 혼방 구렛바에 오바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여자는 보글 보글 파머에 앙고라 앙상블에 후레아 스커트를 입고 무릎길이까지 내려오는 코트를 걸치고 둘이 팔짱을 낀 두 남자를 볼 수 있다.  색중에서 귀한 색 빨강색+파랑색의 보라 여자 아이가 있다.  잘 다녀오라며. 내일은 그녀의 어떤 작품으로 변신을 할지 몰라도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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