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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반쪽 보라-2

그녀의 이름 - 부자 부자 뚜

- 그녀는 부자 부자 뚜-빨, 주, 노, 초, 파, 남, 보


그녀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1.4후퇴 때 소 달구지를 타고 왔다는 말을 간혹 하기도 했다. 인간의 기억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어떤 날은 기차를 타고 어떤 날은 소 달구지를 타고 잘 모르겠다. 내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 뭘 타고 왔으면 어떠랴, 그녀에게 황해도는 먼 땅이요. 다시는 갈수 없는 땅이라는게 가슴이 아프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좀 시기심이 많고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다. 이런 웃지 못할 말도 있다. 지가 무슨 '토지'의 주인공 서희 마냥 잘난척, 있는척, 이쁜척, 아는척 척척이 몸에서 줄 줄 흘러 넘쳤으니,  황해도 해주에서 이남땅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 역시 그 곳에서 지주로 이씨 조선의 한 핏줄이란다. 아버지는 이씨조선, 어머니는 함안 조씨 대단한 가문으로 소작인을 제법 많이 거느리고 살았다.  늘 비단 옷에 아씨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으니 건방짐이야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녀에도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언니, 오빠가 없어 밖에 나가면 아이들에게 밀린다는 점이 약점이다. 지 또래들은 야 무릎꿇어 하면 끝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무릎을 꿇고 나서 지 오빠, 언니들을 데리고 나타나는게 문제이다. 지 또래라고 해야3세~5세 정도.  그녀의 집을 찾아와 대문 앞에서 야 나와 우리 동생 괴롭힐래,   어린마음에 사과라는 건 지 사전에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싸우서 이기든 말도 안되는 말로 이기든 이기고 말아야 한다.  어리고 앙팍진 그 아이는 이렇게 말을 한다.

 " 부자 부자 뚜, 부자 부자 뚜" 라고 더 큰 소리로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한판 할 냥 저고리 소맷자락을 걷어 올리며 씩씩거린다>" 그 아이는 승리의 깃발을 꽂은양 더 의기양양하며 오빠고 언니고 모두 지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든다.  그래서 그 아이의 별명은 "부자 부자 뚜", 동네사람들은 "부자 부자 뚜"가 지나간다는 말을 했다. 


-그리운 고향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  우리나라는 '남존여비사상'이 강한 편이다. 이들 실향민 가족이야 오죽했으랴. 아비는 극성맞고 옹골찬 그녀보다는 순하고 귀티가 줄 줄 흐르는 아들을 사랑했다. '노랫가사 마냥'  "타향살이 몇해든가 손꼽아 헤어보니,  . . . . " 그 귀한 아들을 고향도 아닌 타향에서 죽이고 만다. 지 누나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누나가 씩씩대며 누구 하나 못 잡아서 안달을 내면 어린 동생은 "누나야 오늘은 와 화가 났노, 우리 이쁜 누나 화나게 한 놈이 누고 " 말만 이렇게 하고 씩 웃고 마는 그런 이씨 조선의 귀품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이북에서도 입이 마르도록 칭찬, 타향 부산에 와서도 모두가 입을 대던 아이다.

그 아이가 어디에 치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단다. " 동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마 어린아가 착하더마, 이렇게 비명행사를 하는구마 아가 어른들보면 인사도 잘하고 너무 착하다 했제, 마 그래서 그렇게 공부도 잘하고 착했는갑다, 부모한테 빨리 효도하고 갈라꼬,  쯔 쯔"   지 애비는 눈 앞이 깜깝해 졌다.


정말 그자리에서 죽은 아들의 시체를 붙잡고 얼마나 울고 불고 했는지 아비는 한 동안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그 이후 시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아비는 달라지기 시작했고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북땅에 돈도 묻어 놓고 왔고 땅도 있다.  언제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꼭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집에는 4남매 중 귀한 아들은 하늘나라 보내고, 그녀, 여동생, 여동생, 애비 말대로 계집년들만 줄줄이다. 애비는 그 와중에 무조건 아들을 낳아야 한다. 그 아들을 떠나 보내고 난 이씨집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피난살이, 하꼬방이라도 웃음꽃이 피었건만 이제는 이씨집에는 어느날 부터 웃음꼿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냥 " 밥 묵자, 자자" 라는 말 외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눈 뜨기가 무섭게 미군부대 주변을 얼쩡 얼쩡거리며  미군에게 깡통 플리즈를 외치면 불쌍하다고 몇개씩 던져 주는 것을 잘 받아 국제시장에 가져다 팔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집년들" 먹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고향에서야 우아한 함안 조씨  이북에서 들고온 미싱으로 삭바느질 해가며 식솔을 챙겼다. 워낙 양반집 딸은 어렷을 때부터 유모나 몸종에게 바느질, 수예, 요리 등 가정에서 필요한 것을 배운다. 그 솜씨로 동네 사람들 옷도 만들어주며 겨우 풀칠을 했다.


그녀가 솜씨 좋은 이유도 가만히 따지고 보면 양반 엄마의 피를 이어 받아 솜씨도 좋은지 모른다. 엄마는 성품도 어진편으로 이씨가 무슨 소리를 해도, 동네 사람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한번도 화를 내거나 인상을 찌프리지않고 그냥 웃어 넘긴다. 그런 그녀를 이씨는 싫어한다.  멀대처럼 키만 커다고 매력이라는 손톱 때만큼도 구경할 수 없다. 여자는 나긋나긋해야 하는데 저년은 영 매력이 없단다.  나중에 매력 없는 년을 두고 이씨는 돈을 많이 벌어 오입질에 딴년과 살림을 차린다.  하여튼 핏줄은 못 속이고 씨 도둑은 없다고 지 애비 이씨를 그대로 쏙 빼 닮아서 성질이 하루가 다르게 빨, 주, 노, 초, 파, 남, 보  . . . . .


나중에는 바람난 지 애비가 딴 살림을 차린 첩년 집에 가서 집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학교를 오 가는 길에 매일 마다 돌맹이를 창문에 던진다. 그 첩년은 자기보다 2~3살 많을 뿐이다.


다시 부산 초량동 실향민들이 모여사는 하꼬방 이씨 집에서 또 곡소리가 난다.  계집아이 하나가 며칠을 시름 시름 앓더니 죽어 버렸다. 이놈의 돈이 왠수  . . . . . . 밥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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