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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카 Stica Sep 20. 2023

69일차, 내가 궁금한 것

나에게는 어떤 경험이 될지

4시. 알람이 울렸을 때, 눈이 약간 뻑뻑했지만 그래도 잘 떠졌다. 날이 그렇게 더운 것 같지도 않은데, 간밤에 땀을 흘려 몸이 끈적하다. 간단히 물로만 몸을 씻고, 오일풀링과 양치를 하니 개운하게 잠이 다 깼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습관적으로 브런치와 유튜브를 확인했다. 브런치는 구독자가 한명 줄었다! 아마도 앞으로 내가 매일 올릴 글이 꾸준히 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남의 일기 같은 글을 매일 읽고 싶지는 않아, 한 것이 아닐까. 유튜브는 마지막에 올린 안탈리아 영상에 댓글이 달려있다. 튀르키예 한달 살기가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는데 부럽다고. 프라하 영상부터 꾸준히 댓글을 남겨주는 사람이다. 머잖아 훨씬 더 재밌게 다녀오셨으면 좋겠다고 대댓글을 달았다. 


그러고보면 내게 있어서도 타지에서 한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는 욕망은 기존의 생활방식이 정말 내게 맞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 지점이었다. 내 삶의 형태를 이루는 요소에서 가능한 더 많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퇴사하던 날, 오랜 시간 내 멘토였던 분이 점심을 사줬다. 냉모밀이 맛있는 집이었다. 나는 성게소와 낫토를 함께 올린 냉모밀을, 그녀는 어떤 일본식 덮밥을 시켰는데 무슨 덮밥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이드로 주문한 가라아게가 따뜻하고 바삭했다.  


나: 언젠가 베를린에서 일년 정도 살아보고 싶어요. 

멘토: 변호사님은 중국에서도 살고, 미국에서도 살아봤잖아요. 외국에서 사는게 좋았어요?

나: (얼굴이 절로 찡그려지며) 힘들었죠. 

멘토: (키득, 예상했다는 듯) 한국이 제일 좋고 편하지 않아요? 

나: 그렇긴 한데, 새로운 곳에서도 살아보고 싶어요.

멘토: 왜? 또 새로운데서 살면 뭐가 다른데요?

나: 그런 경험을 했을 때 분명히 달라져 있을 제가 어떨지 궁금해요. 막연하지만, 그런 새로운 경험들이 모였을 때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모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그래왔으니까. 


그녀는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눈빛으로 얼굴을 끄덕여주었다. 내 생각을 궁금해 해주고, 차분히 들어주고, 내가 간과한 것을 짚어주던 눈빛이었다. 



내가 어떻게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나름대로 꾸준히, 조금씩 괜찮은 사람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같은 노력을 할 것이므로,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더 자랑스러운 모습일 것이라고 믿고는 있는데, 어디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되어 있을 지가 궁금하고 기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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