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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1화)

나의 두 번째 반려견을 만나기까지

by 춤몽

1년 전의 겨울은 무기력과 우울함으로 보낸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내조, 육아, 살림으로 느낄 수 있는 보람은 갈수록 줄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다지 티 안 나는 것 같은 그런 일들.. 월급도 없고 승진도 없고 휴가도 없고 엔딩도 없을 것 같은.


그 무렵, 우연한 기회에 펫시터 알바 제의가 들어왔다. 큰돈은 아니지만 일주일간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돌보고 나면 거하게 외식 한 번쯤은 할 수 있는 부업이었다.

나는 원래 애견인인 데다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그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강아지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 집에 적응했고, 나는 개 물림 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강아지에게 금세 정이 들었다. 호흡기 질환이 있어 코골이가 심한 강아지 등을 쓸며 6일 밤을 그의 곁에서 잠들었다.


'댕댕이'는 산책을 나가면 내 속도에 발맞추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었다. 내가 집안 어디를 돌아다니든지 댕댕이의 한쪽 눈은 나만 좇았다.

일주일 동안 우리는 깊게 교감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러다 정 떼는 게 힘들까 봐 두려웠다.


댕댕이와 헤어지는 날, 주인을 향해 꼬리콥터를 돌리며 신나게 달려가는 댕댕이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진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어떤 강아지의 '온 우주'가 되고 싶었다. 내게도 조건 없이 온몸을 던져 안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나는 더 이상 그러한 존재가 아니다)


내게 반려견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자주 웃고 많이 움직일 수 있겠지. 그러면 바닥에 달라붙은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날 밤, 남편에게 강아지를 입양하면 어떨지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지만 남편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결혼과 동시에 친정에서 나의 반려견을 데려와 마지막 4년을 함께 살면서 장점만 있는 게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에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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