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는 내 운명 (2화)

나의 두 번째 반려견을 만나기까지

by 춤몽

이전 내용은 1화(이전 글)를 참고해 주세요^^



그렇다면 강아지를 우리 집에 들이는 방법은 한 가지. 펫시터를 전업으로 하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시위라도 하듯 몇 주 안 돼 펫시터 자격증을 따고 고객 맞을 준비를 했다. 현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강아지 식기와 장난감 배변 패드 등을 구입했다.



자격증만 따면 의뢰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업체에서의 실적이 전무하고 그에 따른 이용 후기가 없어서 그런지 채팅방은 조용했다. ​


강아지를 맞이할 상태로 몇 주가 지나니 현타가 왔다. 비록 펫시터가 목적이었으나 이미 우리 집에 애견 용품이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다 구비되어 있는데 강아지를 들이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이번에는 상의하는 절차를 건너뛰고 남편에게 선언했다.

새 가족을 데리고 오겠노라고.

사실 말만 그렇게 했지, 분양 업체에 가서 둘러보고만 올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한 녀석과 눈이 맞아 버렸다.

어서 나를 데려가라며 낑낑거리는 여러 강아지들 사이에서 막 잠에서 깨어 두 눈을 껌뻑이며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는 누룽지 같은 녀석.


사실 이 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몇 초간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5년 전에 죽은 나의 첫 반려견과 놀랄 만큼 닮아서.

견종은 달랐으나 이목구비, 털 색깔, 맹한 표정까지 똑같았다.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 녀석이 다른 강아지들보다 건강하거나 활발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온 신경이 이 아이 하나에만 집중되어 여기저기서 다른 개들이 짖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다른 임자가 나타나기 전에 보쌈하듯 안아 들고 차에 올라탔다. 품에 안긴 강아지는 나를 한 번 흘긋 올려다보곤 자세를 고쳐 잡고 눕더니 긴장이 풀린 듯 눈을 감았다.

이 선택을 충동적이라거나 즉흥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견생 2개월 차 말티푸는 '운명적으로' 우리 집 막둥이가 되었다.



이 녀석은 예상보다 더욱 찐득한 나의 껌딱지가 되었다.

덕분에 10개월 동안 나는 많이 웃고 자주 움직이고, 조금 더 친절해졌다.

미용, 산책, 목욕 등 우리 집 반려견 '요미'와 관련된 수고는 90프로 이상 내가 담당하지만, 우리 집 남자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요미를 대한다.


남편은 아직도 요미의 모든 소유물 앞에 '개'를 붙이기는 하지만(개집, 개 간식, 개 장난감, 개옷..) 달걀을 까먹다가도 곁에 앉아 혀를 날름거리는 요미 입에 흰자를 잘도 넣어 준다.


요미는 자신을 주물러 터트릴 듯 만지는 초등학생 아들의 거친 손길에 이미 익숙해져 감히 입질하거나 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어딜 가나 잘도 쫓아다닌다.


우리 넷은 열 달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들고, 각자의 특성을 이해하며 완전한 가족이 되었다.


요미는 지금도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배 위에 납작 엎드려 있다. 내 들숨 날숨에 요미의 작은 몸통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까만 구슬 두 개를 굴리며 내 표정과 내 기분을 읽어 내려는 모습에 오늘도 난 마음이 녹아내린다.


나는 요미에게 닿길, 요미도 같은 생각이길 바라는 말을 속으로 하며 그녀와 눈을 맞춘다.


'이 생에서 너와 나는 반드시 만날 사이였어. 우리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는 내 운명 (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