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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이 Nov 03. 2022

나의 삶을 변화시킨 것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어린 시절 난 나의 성격이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난 왜 이런 성격으로 태어났을까 원망하며 자책도 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이지 않아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성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여전히 부러운 마음은 있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혼자 있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다.

20대 땐 혼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나만 혼자 있는 것 같고 소외된 것 같고 버려진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이 외로웠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두려웠다.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조차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던 적이 없다. 친구들을 보면 내 자신이 더 초라해 보였고, 끝도 없이 비교를 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다들 나보다 잘나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그때는 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사람들 만나는 것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혼자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괴로울 뿐이었다. 지금에 와선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 나에겐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우울증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난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낸 대가로 우울증을 얻었다. 꼭꼭 숨어 있던 것이 재수를 하면서 발현되었다. 난 재수를 하면 안 되었다. 나에겐 공부머리도 없었고, 목표도 없었다. 괜한 자존심에 재수를 했지만, 그 시간이 나에겐 지옥 같았다. 친구들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고, 난 열 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이 세상엔 모두 나보다 잘난 사람 투성이었고, 오직 나만이 패배자 같았다. 난 친구들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내 자신을 어찌나 미워했던지, 그때의 내가 불쌍하고 애처로울 정도다.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해도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해 날씬한 몸을 얻지 못했어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해도 난 나를 그렇게 미워하면 안 되었다.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우울증을 얻게 된 것도 아니고, 내성적인 성격을 선택한 적도 없다. 나의 순간의 선택들이 잘못되었을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나를 단정 지을 수 없고, 내 삶을 말해줄 수는 없다. 죽고 싶을 정도로 나를 미워할 필요는 없었다. 좀 더 나를 위로해주고 보듬어 주었어야 했지만 그때의 나는 우울의 세계에 갇혀 다른 어떤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어디에 건 분노를 표출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내 자신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고 헛된 시간은 아니다. 그때 그렇게 처절하게 괴로워했기에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때 그 시간이 있었기에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고,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됐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는 것은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말이다. 난 혼자 카페에 가서 책 읽는 걸 좋아하고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밥 먹는 것도 좋아한다. 운전을 하고부터는 혼자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게 됐고, 코로나로 집에만 있어야 할 땐 홈트로 몸을 단련시켰다.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사실 뭐든 혼자 하는 걸 더 좋아한다. 지금은 그런 내 자신이 싫지 않다.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고, 친구들이 많은 사람도 있는 것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상처로 모든 걸 변명하려 하지 않는다. 우울증은 그것으로 시작되었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타고난 것이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평생 많은 친구들에 둘러싸여 살지 않아도 괜찮다. 그만큼 난 혼자만의 시간을 더 즐기다 가는 것일 테니까. 어떤 삶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 하루라도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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