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 내적으로 변한 내 모습
아픔을 인정하고 거울 속을 들여다봤다.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보이지?’ 1년 사이 급속한 노화를 겪은 것 같은 몰골이었다.
사실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동안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불과 24살까지만 해도 술집에 가면 무조건 신분증 검사를 받는 정도?)
최근 사람들을 만나면 “어디 몸이 안 좋아?”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고, “살이 빠졌네?”라는 기분 좋은 평가도 받았다.
처음에는 살이 빠지길래 젖살이 빠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몸무게는 점점 더 빠져 5kg가 빠졌고, 그만큼 체력도 안 좋아졌다.
살이 빠지는 게 무조건적으로 좋은 게 아님을 느꼈다.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우주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이석증을 겪는 증상과 비슷하다)
이는 아무리 영양제를 들이부어도 낫지 않았고, 주말이 되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체력을 충전해야만 했다.
또, 피부색이 탁해졌다.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얼굴이 회색빛’ 이 되었다. 여기에 다크서클은 얼마나 심한지. 컨실러로 가리지 않으면 못 봐줄 정도였다.
사람이 불과 1년 사이에 이 정도로 변할 수 있나? 고향에 내려가 뵙는 엄마, 아빠의 걱정은 더 커졌다.
사실 외적인 모습은 예쁜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면 가려졌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적인 문제였다.
"감정이 없어진 것."
선물을 받으면 기쁘고, 누군가 울면 나도 슬퍼야 하고, 잔소리를 들으면 화가 나야 하는데 그냥 감정이 '無 상태' 그 자체였다.
우울증의 가장 큰 증상이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가식 웃음을 짓기도 하고, “아 어떡해” 무의미한 공감성 멘트도 잘 날렸다. 단, 마음이 하나도 동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메말랐다. ‘이렇게 지루하게 살 거면 대체 왜 살아야 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번져버렸다.
이런 일상이 평생으로 이어진다면 굳이 살 이유가 없어 보였다. 아주 위험한 신호였다.
또,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피하기 시작했다.
MBTI가 대문자 E로 시작했기 때문에 내 캘린더는 항상 약속으로 가득 찼고, 약속이 없는 날에도 무조건 카페나 한강공원에 나갔다.
그만큼 활발했다.
하지만, 마음의 병이 생긴 뒤 내 주말은 침대에 누워있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 회사 동기들과의 약속은 어떻게든 안 나가려 했고 어쩔 수 없이 참석한 날은 집에 와 울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감정이 더 격해졌다.)
이렇게 1년을 지내니 그 누구도 나를 찾지 않았다.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니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한 걸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