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대기업 직장인, 마음의 병 치유기 - 4편

‘아 나 진짜 아프구나’

by 오터

아마도 지금까지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생각할 수 있다.

‘아 얘 정말 미련한 거 아니야?’ 사실 가장 맞는 표현이다. 미련하고, 어리석은 선택들이었다.

치료를 늦추고 약을 기피할수록 증상은 심해졌고 다행히 저절로 낫는 병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하지만, 망가짐 없는 인생 속에 ‘정신과’라는 단어의 압박감과 주변인들의 시선, 자존감의 스크래치 등 여러 가지 요소는 날 더 괴롭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단순한 감기처럼 지나갈 거라고. 하나, 감기가 아니라 독감일 수도 있는 거였다.

얼른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야만 낫는 독감.

나는 이 뒤로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을 ‘마음의 감기’라는 단어보다 ‘마음의 독감’이라고 표현한다.

감기는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만 지나면 낫지만 마음의 병은 치료가 꼭 필요하다. 아니면 후유증이 너무 심하다.


나의 상태를 인지한 뒤 증상들을 일기장에 끄적였다.

→ 먼저 불면증의 증상
1) 하루 수면시간이 3~4시간. (사실 3~4시간도 램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얼마나 깊게 잠들었을지 궁금하긴 하다)
2) 항상 악몽에 시달리기 (예를 들면 영어 시험 점수가 6점이라 선생님께 혼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이다)
3) 12시에 누워 7시에 일어나는 동안 중간에 3번 이상 깨기 (혹시 지각했나? 생각하며 벌떡벌떡 일어났다)


→ 다음은 공황장애의 증상

1)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아예 가지 못함 (손발이 떨리고, 숨을 쉬지 못했다)

2) 하루를 끝마치고 집에 와 소파에 누우면 심장이 미친 듯이 뜀 (긴장했던 몸상태가 이완되며 공황장애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우울증의 증상
1) 낮에는 괜찮다가 밤만 되면 울음이 터짐 (밤에 길을 걷다가 눈물이 막 쏟아진 적도 있다)

2) 굳이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듦 (흥미로운 일, 관심 있는 영역이 매우 적어진다)


이렇게 3 연타를 맞았다. 혹여나 위의 증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분들은 어서 병원으로 달려가길 바란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그래도 그 시간을 어떤 식으로라도 견뎌 이렇게 글을 발행하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저런 증상들을 안고 1년을 버티면 내적, 외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다음 화에 서술해보려 한다.

(나한텐 가장 슬픈 부분이다. 나의 노화와 연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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