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목소리가 들려
어렸을 때부터 눈치를 잘 보는 아이였다.
동생 때문에 엄마, 아빠가 속을 썩으면 꾸준히 높은 성적을 유지해 부모님을 웃게 만들었고
동생이 철없이 장난감 가게에서 선물 2개를 고르면 "난 가지고 싶은 게 없어~" 넘기는 아이였다.
이런 아이가 자라 고등학생이 되었다.
입학 후 학기 초반 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눈치였다.
내 눈에는 그게 보였는데 그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남자아이와 친해 어느날 밤 "걔가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라고 말했다가 괜히 눈치 없는 아이가 되었다.
"야, 나 걔랑 그런 사이 아니야."
그러고 한 달 뒤 둘은 사귀었다.
예민한 사람의 특징이랄까. 상대방의 눈짓, 손짓 등 비언어적인 행동을 잘 캐치할 수 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금방 읽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면만 있지는 않다.
사람들의 속마음이 너무 잘보여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고, 항상 신경이 누군가의 행동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금방 피로감을 느낀다.
나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거나 산책을 하며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해서도 팀장님의 눈치를 살피고 고객사의 진심은 어떤지 읽는다.
허나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고 어떻게 해줘야 이 사람이 좋아할까?
고민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 상대방은 지금 저런 기분이구나. 하지만 나도 내가 할 말, 할 일을 해야지." 로 연결 짓는다.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몫이다.
그 사람이 기분 나빠보인다 하여 굳이 나서서 나를 희생해가며 풀어주는 게 아닌 그냥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것. 그러면 그 사람도 알아서 해답을 찾을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