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세이와 정신건강의 상관관계

이제 책 편식은 하지 않아요

by 오터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책 편식은 매우 심한 편이었다.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시와 에세이는 돈 주고 사서 읽기 아깝다는 인식이 있었다.


대부분 서점에 가 직행하는 곳은 전공 서적, 혹은 경영/경제 코너였다.

시의 경우에는 ‘ESTJ’ 그 자체인 나에게 ‘이게 무슨 말이야?’의 반복이었고,

에세이는 ‘남의 사정을 알아서 뭐 해?’ 비꼬아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자습 시간에 에세이를 읽다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가고 싶은 전공과 관련된 책을 읽어야지. 이런 건 생기부에 하나도 적을 수 없어.”

그 한 마디에 꽂혀 대학생이 되어 낭만을 즐기던 시절에도,

취준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난 순간에도 전공서적과 멀어질 수 없었다.


정말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는 전자책 어플을 통해 읽었는데 이 때도 속 마음은 항상 불편했다.

퇴근하고 와서도 전공책을 읽었을 때 안 좋은 점?

‘머리가 쉴 수 없다.’ 계속해 머리에 지식을 집어넣는 활동이고,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피로했다.


삶의 습관을 달리하자 마음먹은 순간 교보문고의 ‘시/에세이’ 영역으로 향했다.

그동안 사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구경했다. 그리고, 무기력에 대한 에세이 책 3권과 박노해 시인의 시집을 한 권 구매해 집으로 들어왔다.


전공 서적과는 달리 술술 읽혔다.

책을 읽고도 머리가 복잡하지 않았다. 책 읽는 맛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었다.


에세이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남들이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이겨냈는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구나 위로도 되었다.


시집을 읽는 법에 대해서는 다시 배웠다.

눈으로 글자를 읽는 게 아닌 마음으로 진정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법 말이다.


자책을 많이 하는 분들은 박노해 시인의 ‘너의 하늘을 보아’라는 시를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참고로 이 시가 너무 마음에 들어 출력해 침대 옆에 붙여놨다.)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이 시를 통해 나의 자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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