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꽃이 없어
시를 씁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에
채석강 푸른 바다처럼 뒤척이다
일어난 아침
소복이 쌓인 첫눈 위에
뿌리고 가신
백만 송이 고혹의 장미
나는 꽃멀미를 하고 말았습니다
얼마든지 해도 좋을 꽃 멀미 속에서
밤새 뒤척이던 푸른 바다를 찍어
감사를 씁니다
서툰 글자위에 눌러주신 당신의 귀한 발걸음
떼어 놓으시는 자리마다
향그런 장미가 피어나기를
눌러주신 글자위에
인디고 블루 푸른 입술로 봉한
나의 기도
눌러 씁니다
부디
수취인 불명 화인(火印)을 찍어
돌려보내지는
마십시오.
(시작노트)
지금 밴쿠버는 새하얀 설국입니다. 몇일전 지면에 닿자마자 사라져 버린 눈은 모른체 하고
축복처럼 쌓인 눈을 바라보며 이번이 첫눈이라 우겨봅니다.
"나는 왜 글을 쓰나?"
이 문장이 나를 놓아주지 않던 지난 밤,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잠이 들었습니다.
늦은 아침 노트북을 열어보니 밤새 누군가 셀 수 없이 많은 발자국을 남겨 놓으셨습니다. 귀한 시간을 이만큼이나 나눠주실 글이나 될까도 생각했지만 그저 감동이었습니다. 제 글이 뭐 그리 좋으셨겠습니까. 하룻밤을 오롯이 다 주신분도, 가끔 찾아 주시는분도, 글이 올라갈때 마다 읽어 주시는 분도, 모두 귀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생각해 보니 찾아주신 걸음보다 찾아가 드린 시간이 턱없이 작은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과분한 선물입니다. 나도 뭔가 드려야겠는데 곡간을 뒤져봐도 드릴것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드릴것 없는 빈 곡간에 앉아 뿌려주신 장미 대신 시를 지어 올립니다. 제 글을 구독하시고 시간을 내어 주시고 다녀가신 걸음걸음에 감사하며 그동안 누르지 못한 제 마음을 꾹꾹 눌러 구독을 했습니다. 많이 감사하고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부지런히 배우겠습니다.
2021년 12월6일 오전 9시 50분
첫눈 내리는 밴쿠버에서